사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는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항일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99주년 3·1절을 맞아 독립군과 광복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육사 내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세워진 흉상들이다. 이번 논란은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홍범도 장군을 염두에 둔 조치로 추측된다.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 활동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 논쟁이나 정치적 배경은 차지하더라도 충남 홍성 출신인 김좌진 장군이 이번 이전 논란에 휩싸인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장군의 경우 대한민국 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분이다. 역사의 큰 줄기로 보자면 육사의 전신을 만든 분이며, 육사 생도들의 대선배인 셈이다. 더욱이 김 장군은 공산당 활동의 이력이 없다. 오히려 김 장군은 공산주의 계통의 단체들과 대치되는 활동을 벌였고, 1930년 1월 24일 재중공산청년동맹에서 파견한 박상실이 쏜 총을 맞고 순국했다.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거론한 이 장관의 발언에도 전혀 포함되지 않는 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국방부나 육사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국방부 등 정부의 이번 김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의 배경이 ‘반공’이나 정치적 이해 충돌 등에서 출발했다면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김 장군의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도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좌진장군 기념사업회 등도 "우리 ‘국군의 정통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며 엄중 경고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현 시대 상황을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 특히 분명한 역사적 사실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된다. 김좌진 장군이 그렇다. 지금 정부가 그런 누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