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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무자비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그렇기에 태풍·폭우·폭설 예고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때만큼은 내 안위만큼 타인의 안위를 걱정한다. 제발 인명 피해가 없길 바라고 또 바란다. 이번 폭우도 마찬가지였다. 불어난 하천을 찍으며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제발 아무도 다치지 않길, 그저 지나가길‘. 당시 물은 무엇이든 삼킬 듯이 무섭게 흘러댔다.

☞내 바람과 달리 이번 수마(水魔)는 매우 잔혹했다. 전국에서 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일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다. 15일 오전 8시 30분께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오송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다. 그리고 2~3분 만에 터널은 그 검은 물로 가득 찼다. 순식간에 일은 벌어졌고 벗어날 수 없었다. 버스 1대를 포함한 차량 15대는 고립됐다. 그렇게 이 지하차도는 이번 폭우 속 가장 잔인한 장소가 됐다. 이 사고로 사망자 14명·부상자 10명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이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냈다.

☞이 사고는 속사정을 알면 더 잔인하다.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는 점에서 진짜 ‘참사’다. 그리고 명백한 인재(人災)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이 범람 위기라는 것을 흥덕구에 알렸다. 출동했던 소방당국 또한 미호강 범람 사실을 청주시에 알렸다. 하지만 청주시는 무관심했다. 지하차도가 속한 508번 지방도가 ‘충북도 관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청주시는 참사가 발생한 9분 뒤에도 버스 회사에 이 지하차도로 갈 것을 안내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됐음을 알 수 있다. 정작 관할인 충북도는 CCTV로만 상황을 살펴보다 통제 시점을 놓쳤다. 또 이 참사가 일어나기 전 "오송 지하차도를 통제해 달라"라는 주민 신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엉뚱한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했다.행복청은 공사를 하며 그 문제의 임시 제방을 낮게 쌓았다. 그리고 문제없을 거라 장담했다. 결국 이런 잘못들이 모여 참사는 일어났다. ‘불통·오판·태만’이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다.

☞네 탓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관련 기관들은 서로의 책임을 묻는다. 정당들은 참사를 공격거리로 이용한다. 안타까운 생명을 허무하게 잃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인간은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우린 이태원 참사 때도 막을 수 있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 항상 잃고 나야 깨닫는다. ‘진작에’, ‘사전에’ 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매번 ‘인재’를 주장하면 뭐 하나. 자연재해보다 ‘인간재해’가 더 무섭다.

김윤주 뉴스플랫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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