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가남초등학교
2021년 공간혁신사업 감성꿈틀 선정
학교 교훈 되새긴 ‘가람꽃별관’ 탄생
TF 구성해 6곳 인사이트 투어 실시
학생들 직접 평면도 구상·공간 투표
칠판 둘러싼 수납장, 미끄럼틀 눈길
만남·배움·독서 등 공간 쓰임 다양
"오고싶지 않던 곳, 오고싶은 곳으로"

▲ 충남 청양 가남초등학교의 ‘가람꽃별관’. 충남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미래 인재 양성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학교도 미래형 교육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충남교육청은 ‘감성꿈틀’이라는 이름의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교공간혁신은 미래교육에 대응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기존에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학교 시설 공사를 교실 또는 영역 단위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학생이 직접 학교공간 설계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적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해 누구에게나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학교공간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충청투데이는 충남형 학교공간혁신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남초등학교는 1940년 충남 청양군 비봉면 일원에 개교했다. 학생 50명 남짓이 다니는 이 학교는 2009년 교육부 전원학교 사업으로 자연친화적 환경을 조성했고, 2009년 신규 혁신학교로도 지정돼 민주적 협의 문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참학력 교육과정 설계 등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 이같은 학교 및 교육과정의 혁신에 안주하지 않고 가남초는 2021년 충남교육청의 학교 공간혁신사업인 ‘감성꿈틀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학생이 다양한 생각을 펼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21세기형 행복 배움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남초는 그해 9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교육공동체와 함께 학교 공간의 대변신을 꾀했다. 그 결과 각각 분리돼 있던 도서관과 컴퓨터실, 영어실을 통합한 ‘가람꽃별관’이라는 새 공간을 만들었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그린 새로운 공간

가남초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선택과 요구가 반영된 유연한 공간을 만들고자 지난해 3월 이들로 구성된 감성꿈틀 TF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TF는 컴퓨터실, 도서관, 영어놀이터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을 만들기 위해 총 6곳(충남도서관, 홍성 금마초, 대전 산서초, 청양초, 청신여중, 청양 남양초)으로 인사이트 투어를 실시해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후 사용자 참여 설계 수업을 4차례 진행했다. 1차시 수업은 학생을 대상으로 공간감수성을 키우는 활동과 학교에 있었으면 하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교직원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2차시 수업에서는 앞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을 살피며 공간 구성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평면도에 표현했다. 학생의 생각을 교직원과 학부모가 다듬으며 가남초는 배움, 놀이, 쉼이라는 기능을 담은 통합 공간으로 혁신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3~4차시에선 학생들도 직접 공간에 색채를 입히고 평면도로 그려봤으며, 결과물에 대해 투표도 실시해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체험했다. 끝으로 사용자 참여 수업으로 도출한 아이디어를 담아 공간전문가가 디자인을 제시하고, 디자인 워크숍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검토하며 최종 설계가 완성됐다.

▲ 가람꽃별관의 계단공간에서 수업하는 학생들.                                                                                             가람꽃별관의 창가 카페 공간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충남교육청 제공
▲ 가람꽃별관의 계단공간에서 수업하는 학생들. 가람꽃별관의 창가 카페 공간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충남교육청 제공

◆ 꽃보다 예쁘고 별보다 반짝이는 공간

교육공동체 모두의 노력으로 탄생한 가남초의 새 공간의 명칭은 ‘가람꽃별관’이다. ‘꽃보다 예쁘고, 별보다 빛나며, 차돌보다 단단하라’는 학교의 교훈을 되새겼다.

가람꽃별관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의 필요가 공간으로 형상화돼 곳곳에 배치돼 있다. 우선 배움이다. 가람꽃별관은 일반수업, 모둠수업, 방과후수업 등이 가능한 교실과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서가를 지니고 있다. 교직원의 뜻을 존중해 교실 공간과 이외 공간은 폴딩 도어, 서가 등으로 구분돼 있다. 가람꽃별관 내 배움터는 전자칠판을 활용해 부수적인 기자재를 줄이면서도 학습의 다양성은 높였다. 칠판을 둘러싼 수납장은 교구 및 학습자료 보관, 학습 결과물 전시 등에 활용되고 있다.

가람꽃별관은 학생에게 책 읽는 행복을 일깨워야 한다는 학부모와 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해 독서공간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다. 복도에는 포켓 공간으로, 창가에는 카페 공간으로, 서가 사이에는 소파로, 계단형 공간에는 빈백으로 가람꽃별관 어디서든 학생들이 책을 즐길 수 있다. 전교생이 전원 독서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폭넓다는 것이 가람초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생들의 책 읽는 재미를 뒷받침하도록 서가 또한 양면으로 배치해 현재 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책뿐만 아니라 앞으로 구입할 도서들도 수용 가능하게 했다.

학생의 목소리를 적극 들어 쉼과 놀이 공간도 확보한 가람꽃별관이다. 계단형 공간과 미끄럼틀, 아지트 공간이 조성됐다. 계단 공간은 학생들이 주로 앉아 쉬거나 독서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가람꽃별관은 계단과 미끄럼틀을 적절히 배치해 그 아래로 학생들의 아지트 공간도 만들었는데, 바닥에 매트를 설치해 다치지 않고 편안히 놀 수 있게 했다. 이같은 쉼과 놀이 공간은 학생의 동선을 감안해 화장실과 가까운 곳으로 배치했다.

◆ 도서관, 생활거점, 수업… 쓰임이 다양한 가람꽃별관

가람꽃별관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첫째로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도서반납대, 도서검색대, 키오스크를 배치해 책 대출·반납이 자유로워졌다. 책을 찾기도 쉽고 가람꽃별관 어디서든 앉아 읽을 수 있다. 학교에서는 아침활동으로 전교생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독서 통장과 독서 포인트제를 운영해 학생들의 책 읽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둘째로 홈베이스(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치활동, 모둠활동, 동아리활동을 가람꽃별관에서 자유롭게 하고 있고, 다른 학년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다. 아지트 공간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친구들과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교직원들도 편안한 휴식이 필요하거나 보호자 상담, 학생 상담이 필요할 때 가람꽃별관을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배움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과후수업, 일반수업, 학년별수업, 프로젝트수업, 외부강사수업뿐만 아니라 학부모회 특강, 전문적 학습공동체연수 등도 가람꽃별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노트북 보관함, 스마트패드 보관함도 함께 배치해 학생들의 디지털 정보활용능력을 키우는 수업도 가능하다. 계단형 공간에 마련된 스피커와 프로젝터를 활용해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진행되고 있다.

▲ 가람꽃별관의 계단공간에서 수업하는 학생들.                                                                                             가람꽃별관의 창가 카페 공간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충남교육청 제공
▲ 가람꽃별관의 계단공간에서 수업하는 학생들. 가람꽃별관의 창가 카페 공간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충남교육청 제공

◆ 매일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공간 재구조화

가남초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는 감성꿈틀사업으로 변화된 학교 공간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가람꽃별관이 학교 분위기까지 바꾸면서 학교생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용자 참여 설계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도서관이라고 하면 낡고 불편하다고 느껴 오고 싶지 않았는데 가람꽃별관은 매일 오고 싶은 곳이에요", "우리 의견이 반영돼 우리가 바라던 공간이 만들져 매우 기쁘고 뿌듯해요"고 말하며 가람꽃별관을 환영하고 있다. 가남초는 앞으로도 공간 재구조화에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장철순 가남초 교장은 "학교공간혁신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이 배움을 향한 뜨거운 감성을 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 학습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