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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오래전, 마스크가 낯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마스크를 한 몸처럼 여겼다. 깜빡하는 날엔 심장까지 내려앉았다. 그런 시간을 지나 현재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워질수록 더 없다. 마스크인 멸종 시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우린 코로나와 동고동락하며 오락가락한 세월을 보냈다. 마스크를 벗었다 말았다 한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마스크를 사고 싶어 미치겠던 적이 있었다. 새벽에 줄까지 섰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스크 초초초초초핫딜이 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것들이 3년 새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우리는 한때 ‘거리두기’를 했다. 불필요한 외출은 금기시됐었다. 식당들도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 ‘야간 통행금지’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이후 우리는 관계를 ‘선택’해야 했다. 마치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들으며 짝짓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는 단 4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다. 이후 저녁엔 단 2명까지만 만남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었다. 미접종자는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거리두기는 40번 넘게 조정됐으며 우리 삶도 조종당했다. 어느새 밤은 환해졌고 사람은 북적인다. 어느 한 식당의 공지조차 거리두기 끝을 실감케 한다. "10명 이상이 아니면 야외 테이블 이용이 어렵습니다" 인간은 정말 잘 잊는다.

☞인간은 전진의 동물이다. 오늘부터(6월 1일) 우린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다. ‘일상’이라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세상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존재 자체가 공포로 인식되던 과거와는 다르다. 두려움 속에서만 살진 않는다. 그렇게 생활이 달라진다. 확진자에게 주어지던 ‘격리’는 ‘권고’로 바뀐다. 코로나에 걸려도 학교·회사를 간다. 동네의원·약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선별진료소는 운영하지만 임시선별검사소는 완전히 사라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해체됐다. 정말로 엔데믹이다. 사회의 안녕을 위한 안녕이다. 물론 코로나가 치명적인 취약계층을 위한 관리는 계속돼야 한다. 우린 참 긴 터널을 지나왔다. 길고도 길었던 3년 4개월이다. 2023년이 절반가량 남은 현재, 우린 끝이자 시작을 맞이했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자 망각의 동물이니 또 잘 해낼 것이다.

김윤주 뉴스플랫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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