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충남 천안아산본부 차장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번에도 졌다. 무려 7연패다. 경기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패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경기 내용에 대한 총평(總評·총체적인 평가나 평정)을 한다.

다만 17일 성남 원정경기를 마친 회견에서 천안시티FC 박남열 감독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반 29분 핵심 미드필더를 교체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운동장에서의 태도’, ‘성의 없는 모습’ 등의 표현까지 동원했다. 경기를 치르는 내내 적극성이 떨어진 모습을 지적한 것으로 보였다. 감독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다. 기존 팀들의 ‘프로다움’에 대해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올해 프로에 진출한 천안은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시즌을 시작했다. 중원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는 시즌을 코앞에 두고 고향 브라질로 돌아갔다. 주전 골키퍼는 제주 전지훈련에서의 연습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

2004년생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홈 개막전 골키퍼라는 중책을 맡았다. 프로에서의 경험이 전무했던 이 선수는 시즌 초반 2경기에 나서 무려 7실점하며 그야말로 ‘탈탈’ 털렸다.

그나마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위안 삼을만하다. FA컵에서 만난 1부 리그 팀과 비록 결과적으론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쳐 보인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패배가 길어지면 지켜보는 팬들의 힘도 빠질 수밖에 없다. 기자는 성남 원정 경기 취재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천안 유니폼을 차려입은 4명의 초등학생 팬들을 만났다.

권하준, 권하솔, 노수인, 이단우 학생은 지난해부터 천안의 팬이 됐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모든 경기에 빠짐없이 다녔다면서 열성팬임을 어필했다.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 학생들은 응원하는 팀이 7연패를 했음에도 ‘잘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계속 좋아지고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는 나름 ‘전문가’ 포스도 풍겼다.

물론 천안시티FC 선수들도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매번 경기를 졌음에도 서포터즈인 ‘제피로스’들은 "괜찮아", "기죽지마"라는 말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오히려 선수들을 격려한다. 이제는 천안 선수들이 진정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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