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원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 지역정책과장

최근 식목일을 앞두고 1986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올해 전국 평균 강수량이 예년에 훨씬 못 미쳐서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고 강한 바람이 불어 진화에 매우 불리한 여건이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기다리던 ‘단비’ 덕분에 최악의 산불은 진화됐다. 그날의 비는 사전의 의미대로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 바로 ‘단비’였다.

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보며 우리의 중소벤처기업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힘든 시기를 벗어나 회복하길 기대했으나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 현상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우려 속에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은 매일매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보고서를 보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산불과 같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첫 번째로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수부진 해소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들에게 내려줄 수 있는 ‘경제 단비’는 무엇이 있을까?

정부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의 내수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구매제도란 공공조달시장에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여성기업?장애인기업?창업기업?기술개발 제품을 일정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의무화해 중소벤처기업의 판로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수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계약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금액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중·소기업, 소상공인으로 제한하는 "중소기업자 우선조달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구매제도는 기업과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선순환이 이뤄지는 제도이다.

첫 째 중소벤처기업은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매출증대, 수익개선, 고용증가를 실현함과 동시에 이를 마중물로 삼아 민간 경쟁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 정부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지원정책과 다르게 별도의 재원 투입 없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판로를 확대해 줄 수 있다. 세 번째, 값싸고 성능 좋은 중소기업제품을 정부가 먼저 사용하고 검증함으로써 민간시장에서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주체 간 선순환이라는 이점 때문에 공공구매제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액은 2018년 94조원에서 2021년 119.7조원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2021년 기준 총구매액의 77%를 중소기업제품이 차지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경제 단비’로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 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이다. 공공기관은 조금 번거롭더라도 경제 산불로 어려워진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공공구매제도를 적극 이행하고, 기존의 구매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제품, 혁신제품 등을 선도적으로 구매해 초기판로 및 내수부진에 힘들어하는 중소벤처기업에게 가뭄 끝에 단비가 되길 바란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내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홍보·판촉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축체’를 올해에는 5월, 9월, 12월 총 3회 개최한다. 이 또한 중소벤처기업에게 힘이 되는 또 하나의 ‘단비’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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