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외국인 전용 주점 가보니
내부 볼 수 없게 출입문 선팅
방문경로 집요하게 캐묻기도
일반음식점 신고한채 음주가무
"야바하는 베트남인 본 적 있어"
대전 외국인 주점 최소 4~5곳

8일 대전 중구의 한 베트남인 전용 주점에서 베트남인들이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8일 대전 중구의 한 베트남인 전용 주점에서 베트남인들이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속보>=지난 8일 오후 10시 30분경 대전 중구의 한 베트남인 전용 A 주점 앞. 내부를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선팅된 출입문 밖으로 요란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7일·10일자 1면 보도>

주점에 들어서자 베트남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베트남 국적의 종업원은 기자의 국적을 확인한 뒤 당황한 듯 "한국말을 못한다"는 말과 함께 되돌아가 지배인으로 추정되는 다른 베트남인을 데리고 왔다.

이 베트남인은 방문 경로를 집요하게 캐물은 뒤 베트남어로 표기된 메뉴판을 주고 발길을 돌렸다.

한껏 꾸민 베트남 젊은이들의 발길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베트남인 20여명은 베트남 음식과 함께 술을 마셨고, 빠른 리듬의 음악에 맞춰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천장에는 미러볼과 수십 개의 조명이 설치돼있어 마치 클럽을 방불케 했다.

대전 중구에 따르면 이곳은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이기 때문에 사업장 안에서 춤을 추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 중구 대흥동의 한 베트남인 전용 주점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채 내부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클럽 형태로 운영하다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찾은 대전 서구의 B 클럽 역시 2중으로 된 철문 안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주말인데도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이곳 역시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장소로 유명했다.

B 클럽 관계자는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이나 건설현장 일용직을 전전하는 불법체류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은 단속이 심해서 손님이 적지만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번에 40여명씩 와서 춤추고 술 마시며 놀았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B 클럽 관계자는 "클럽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을 한두 번 봤다"며 "상태를 보면 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베트남 여성 역시 "야바(합성마약)를 하는 베트남인들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8일 대전 서구의 한 베트남인 전용 클럽. 사진=김성준 기자
8일 대전 서구의 한 베트남인 전용 클럽. 사진=김성준 기자

실제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는 암암리에 마약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베트남인 전용 클럽에서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자 6명이 마약을 투약하다가 적발됐다. 현장에선 야바와 케타민 등의 마약이 발견됐다.

지자체는 외국인 전용 주점이나 클럽을 따로 분류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관리·감독이나 현황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 결과 지역 내 외국인 전용 주점이나 클럽은 최소 4~5곳으로 확인됐다.

중구 관계자는 "보통 베트남인 등 외국인 아내를 둔 한국인 남편 명의로 업종을 등록하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어렵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업주에게 구두로 경고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용근 대전경찰청장은 이날 대전경찰청에서 마약범죄 척결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경찰 역량을 총 집결하고 최우선 현안 과제로 추진해 마약류 범죄를 근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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