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람마다 가치의 우선순위는 다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면 특히 직장을 선택할 때 그 차이점이 두드러졌다. 한 친구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을 택했다. 또 다른 친구는 ‘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을 택했다. 또 다른 친구는 ‘워라밸’이 중요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곳을 택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안정성’을 보고 공무원 준비에 올인하기도 했다. 어쨌건 우리는 그렇게 늘 순위를 매겨야 했다. 뭐 물론 모든 걸 만족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한다면 참 좋을 거다. 순위를 매길 필요도 없을 거다. 하지만 알다시피 ‘완벽한 직장’은 없다. 우린 ‘신의 직장’이 아닌 ‘인간의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일하기도 한다. 때론 집보다 직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직장에서 오래 있길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퇴근을 위해 출근을 한다. 칼퇴는 미학(美學)이고 야근은 실학(實學)이다. 연차는 직업병을 고쳐주는 의학(醫學)이다. 과거엔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그렇게 스스로가 만든 ‘평생직장’을 다녔다. 그건 그곳이 좋은 직장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게 거의 당연했고 으레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 아니면 떠난다. 주는 만큼 일한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이야기고 누군가에겐 불편한 이야기다.

☞이런 이직의 시대에 논란거리가 던져졌다. 고용노동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이다. 개정안은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변경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개정안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선 즉각 반발했다.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라는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이 개정안의 모토인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것’이 아닌 몰아서 일만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찬성하는 측도 있었다. 의료계나 경영계는 이 개정안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주요 기업 임원들은 "산업 경쟁력·일자리 창출에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엔 사장보다 직원이 많다. 이 개정안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는 안된다는 의견이 더 압도적이었다.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의견도 많았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를 논의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윤석열 대통령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개편안이 또 어떤 식으로 달라질진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선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96근무(9시 출근·6시 퇴근)도 사수 못해서 우는데 69시간이 반가울 리가 없다.

김윤주 뉴스 플랫폼 부장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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