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이재명 체포안’ 찬성 의원 추정 명단 게시
해당 의원에 악플·문자 폭탄… "부결에 투표" 해명도
[충청투데이 박명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온 이탈표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온라인상에 유포하는 등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민주당 총선 낙선 대상 의원 명단’이라는 파일이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이 근거 없이 기록돼 있다.
명단에 적힌 약 30여명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장철민(대전 동구)·박영순(대전 대덕)·이상민(대전 유성을)·홍성국(세종갑)·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이장섭(충북 청주서원)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해당 의원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댓글 등을 통해 표결 내용을 밝히라고 하거나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등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 속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비꼬는 등 도를 넘은 비난도 이어졌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민 의원은 이날 충청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폭탄’이 수천 건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많이 온다. ‘찬성한 게 너지? 너 가만 안 두겠다. 색출하겠다’ 이런 문자들을 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의 경우 페이스북 게시물에 ‘비난 댓글 테러’가 자행됐다. 장 의원실에서는 여기에 ‘장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고, 그간 많은 인터뷰에서 야당 탄압에 혈안이 되어있는 정치검찰을 규탄해 왔다’는 해명 댓글을 달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의원실에도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등 비슷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극성 지지층의 막무가내식 행위는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로 내홍에 빠진 민주당이 혼란에서 빠져나오는 데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의원은 낙선 대상 의원 명단에 자신이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공천은 민심이 주는 것이지, 그들(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극성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이 대표를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그런 거센 항의가 들어올 거라고 예상을 못 하고 찬성표를 던졌다든가 기권이나 무효표를 던진 건 아닐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자기 소신을 더 강하게, 현실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박명규·이병욱 기자 mkpark041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