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이재명 체포안’ 찬성 의원 추정 명단 게시
해당 의원에 악플·문자 폭탄… "부결에 투표" 해명도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 도중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를 놓고 감표위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 도중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를 놓고 감표위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박명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온 이탈표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온라인상에 유포하는 등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민주당 총선 낙선 대상 의원 명단’이라는 파일이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이 근거 없이 기록돼 있다.

명단에 적힌 약 30여명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장철민(대전 동구)·박영순(대전 대덕)·이상민(대전 유성을)·홍성국(세종갑)·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이장섭(충북 청주서원)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해당 의원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댓글 등을 통해 표결 내용을 밝히라고 하거나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등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 속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비꼬는 등 도를 넘은 비난도 이어졌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민 의원은 이날 충청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폭탄’이 수천 건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많이 온다. ‘찬성한 게 너지? 너 가만 안 두겠다. 색출하겠다’ 이런 문자들을 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의 경우 페이스북 게시물에 ‘비난 댓글 테러’가 자행됐다. 장 의원실에서는 여기에 ‘장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고, 그간 많은 인터뷰에서 야당 탄압에 혈안이 되어있는 정치검찰을 규탄해 왔다’는 해명 댓글을 달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의원실에도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등 비슷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극성 지지층의 막무가내식 행위는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로 내홍에 빠진 민주당이 혼란에서 빠져나오는 데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의원은 낙선 대상 의원 명단에 자신이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공천은 민심이 주는 것이지, 그들(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극성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이 대표를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그런 거센 항의가 들어올 거라고 예상을 못 하고 찬성표를 던졌다든가 기권이나 무효표를 던진 건 아닐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자기 소신을 더 강하게, 현실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박명규·이병욱 기자 mkpark041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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