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섭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지난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7년 논의된 후 우여곡절 끝에 16년 만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자치단체의 재정 확충과 농촌의 활력화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자치단체 마다 기부금 모집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향세는 자신의 거주지역을 제외한 자치단체에 1인당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기부금액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 16.5% 세액공제를 통해 절세와 고향사랑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덤으로 기부자는 해당 지자체가 제공하는 답례품(기부액의 30% 이내)을 받는다. 기부방법은 '고향사랑e음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전국에 있는 농협 창구에서 가능하다.

시행 초기라 분주하지만 보완했으면 하는 사항이 있어 성공적 정착을 위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답례품의 독창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 고향세 유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답례품 구성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은 3만원 짜리 답례품이 가장 많다. 상식적으로 10만원 기부자가 가장 많을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답례품이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끝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품의 가치는 시장가격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차별화된 스토리가 상품의 가치를 좌우한다. 특히 답례품은 단순한 상품 소개 자료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에 맞게 즐겁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구성해야 기부자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고 이러한 감정이 기부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진다. 일본 나가사키현의 히라도시는 2014년 세수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7억 8000엔이었던 기부금은 이듬해 32억엔, 2016년에는 33억엔을 기록했다.

성공 비결은 생산자의 애착과 역사·환경 등에서 착안한 상품에 ‘스토리’를 만들어 홍보를 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체험형 농장 프로그램을 답례품으로 제시한다면 기부자들이 지역을 찾아 체험·관광하고 체류하면서 특산물을 재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이는 향후 귀농·귀촌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둘째,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고향사랑e음'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기대만큼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서 기부하려면 휴대폰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일반 로그인, 디지털 원패스, 간편인증 로그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은 쉽지 않다.

본격적인 온라인 기부 절차도 원활하지 않다.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하고 금액을 정한 후 기부하는 방식인데, 이 단계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고향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기부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민간 온라인 플랫폼’ 구성에 있었다. 운영에 참고해 볼 만 하다.

마지막으로 기부자에게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기부자 마음을 관통해야 고향세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부자를 초청해 기부금을 활용한 사업성과를 보여주거나, 사용명세서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정보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낸 고향세가 '지역에 어떤 보탬이 됐는가?’를 주도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기부자에게 기부의 보람과 동기부여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초창기에 동력을 얻어야 순항할 수 있다. 국민의 관심과 정부, 지자체, 지역민이 고향세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발전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아무쪼록 고향세가 제대로 작동돼 도시와 농촌이 상생과 화합을 이뤄내고,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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