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충북본사 부국장

충북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료비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돈 걱정 없이 제때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원대상은 만65세 이상 도민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은 나이와 상관없다. 대상 질병은 임플란트, 습관절·고관절 인공관절, 척추, 심·뇌혈관이다. 치료비가 필요한 개인에게 농협을 통해 50만∼300만원을 융자해주는 방식이다. 3년간 분할상환하면 된다. 대출에 발생하는 금융이자는 충북도가 대신 내준다.

질병관리청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이유를 지난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합해 분석했더니 경제적인 이유가 18.4%로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아서’(38.1%)와 ‘증상이 가벼워서’(26.3%)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가장 낮은 집단의 비율이 4.55배 높았고 여자가,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기초생활수급자가, 직장이 없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다.

여자, 고연령, 저소득, 기초생활수급자, 무직자 등은 비교대상이 되면 통상 취약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돈 문제로 질병이 있음에도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운다면 사회적 비용 투입으로 연결된다. 충북도의 의료비후불제는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사회적 비용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복지에 따라붙는 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할 수 있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이다. 무이자지만 원금 상환 의무를 명백히 해둔 것이다. ‘퍼주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급전이 필요한 상황 전개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예산상 문제로 지원대상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충북도는 도민여론과 모니터링을 통한 성과분석을 토대로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도내 종합병원 12곳을 비롯해 모두 95개 병·의원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투입비용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 목숨 살리는데 유용하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지 않은가.

괴산군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 한 모퉁이에 거대한 무쇠가마솥이 30년 가까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지름이 5.68m에 높이는 2.2m, 둘레가 17.8m로 무게는 43.5t에 달한다. 2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 2005년 7월 완공 기념행사를 했다. 당시 제작비로 5억원이 소요됐다. 관광객 유치와 주민화합 도모에 활용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쓰인 적이 없다. 몇 차례 활용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솥이 원체 커 옥수수를 삶아도 익지 않는 등 실패의 연속이었다.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쓰이는 게 눈과 귀에 익숙하다.

최근에 이 가마솥이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송인헌 군수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막이옛길’ 입구로 옮겨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까하는 고심을 털어놓으면서다. 송 군수가 오죽하면 이전 비용을 최소 2억원 정도로 추산하면서까지 이 가마솥을 옮기려는 의도를 이해는 한다. 볼거리 이외에 큰 쓸모가 없는 이 가마솥을 향해 수십만 외지 방문객이 "예산낭비 아니냐"고 수군대며 손가락질할 게 훤한 마당에 아예 없애지 않을 거면 그나마 발길이 뜸한 지금 자리에 있는 편이 낫다. 관리비 부담보다는 군민의 자존심 상실이 더 손해날 일이 아닌가.

전남 함평군은 지난 2008년 30억 4800만원을 들여 순금 162㎏과 은 281㎏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국제 금값 급등으로 지금은 100억원이 훌쩍 넘는 ‘알짜배기’ 자산이 됐다고 한다. 어찌 보면 고철에 불과한 괴산 가마솥은 이 요행수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비후불제와 괴산 가마솥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최근 언론에 등장했는데 예산 사용과 관련한 시사점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미래 가치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 구상 주체인 단체장의 능력이다. 투표를 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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