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장

2023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조성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73년 현 유성구와 대덕구 일원에 조성된 대덕특구는 국내 제일의 연구개발 산실로 과학기술 요람이자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해 오고 있다.

대덕특구는 국가 과학기술 지식을 제공하는 혁신 엔진이다. 현재 25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과 2000개가 넘는 중소벤처기업, KAIST와 같은 다수의 연구개발 중심 대학이 있어 매년 수만 개의 연구개발 성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1979년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 민간연구소들도 속속 입주했고 1990년에는 국립중앙과학관이 문을 열어 1992년 말 33개 기관이 입주를 마치고 대덕특구는 준공을 선포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발간한 최근 통계인 ‘2020년도 연구개발특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덕특구 입주기업은 2005년 687개에서 2243개로 세 배 넘게 늘었으며 한해 20조원 가까이 매출을 달성하고 했다. 박사급 인력도 2005년 6000여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세 배가량 늘어 1만 8000명이 넘는다. 2020년 연구개발 비용은 7조 7284억원으로 이에 따른 특허창출은 7만 5431개로 2005년에 비해 375.2% 급증한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덕특구의 성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대기업 민간연구소들의 ‘脫대덕’ 현상이다. 대덕특구 내 최초로 민간 대기업 연구소(당시 럭키중앙연구소)를 입주시켰던 LG그룹이 지난 2018년 서울 마곡에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고 4조원의 자금을 투입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큼의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해 대덕특구에 있는 연구개발 부서들을 이전시켰다. SK그룹은 경기도 부천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키로 하고 2027년 대덕특구에 있는 SK이노베이션연구원 내 일부 연구소 기능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T&G중앙연구원 안에 위치한 KGC인삼공사의 한국인삼연구원도 올해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대덕특구 출연연들이 괄목할 만한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이 경쟁적으로 수주해야하는 연구과제중심(PBS)제도의 심화로 연구자율성은 더욱 경직돼가고 있고 혁신성과는 초라하다. 융합은 강조되고 있지만, 무늬만 융합연구는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젊은 인재들도 과거 최고의 직장이었던 출연연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해 모 출연연 박사후연수연구원 모집에 전체 채용수요 79명에 지원자가 18명 이었던 일도 있었다. 인재를 골라 뽑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지원자가 없다.

그렇다면 50주년을 맞이한 대덕특구는 어떻게 미래 50년을 준비해야 할까? 지자체인 대전시와 중앙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를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덕특구재창조 사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목표(what)’와 ‘방법(how)’을 제시하는 동시에 ‘왜(why)’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담은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 건물을 올리고 거창한 사업을 수행한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변화된 세상이 필요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인간중심의 철학이 필요하다. 둘째, 종합계획의 실현을 위해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그리고 창업생태계를 위해 우후 죽순 생겨난 기관간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연계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은 절대적이다. 대기업 민간 연구소가 출연연과의 협업을 마다하고 수도권으로 대이동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셋째, 연구개발-혁신창업-일자리창출-제조생산-투자회수 사이클이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재창조 사업의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연구개발 성과창출과 기술기반 혁신창업에 집중했다면, 창업된 기업이 출연연과의 지속적 협력으로 성장하고 제조생산 시설을 확장해 과학도시에서 경제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이전의 50년과 미래의 50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을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디자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 핵심주체가 대덕특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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