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대표적 경제 수탈기관
동양척식 주식회사 대전지점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조성
이름 ‘헤레디움’ 전시·공연 제공
아픔 딛고 재탄생…진정한 ‘광복’

▲ 100년 전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동양척식 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 오는 30일 대전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으로 리모델링이 완료될 예정이다. CNCITY에너지 제공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경제 수탈기관의 건물이 대전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동양척식 주식회사의 대전지점이 일제의 건립 100년 만에 전시와 공연을 제공하는 장소로 재탄생하면서 진정한 ‘광복’을 맞게 됐다.

25일 CNCITY에너지 마음에너지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국가등록문화재인 대전 동구 인동의 동양척식 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2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끝에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분류되는 동양척식 주식회사 대전지점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22년 일제에 의해 건립된 뒤 광복 후에는 여러 용도로 사용되다가 오랜 세월 방치된 상태였다.

오는 30일 리모델링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예정이며 재단은 이 공간을 ‘국가등록문화유산(Heritage) 지정 취지를 잇고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킨다(Stadium)’는 의미에서 ‘헤레디움’으로 이름 지었다.

헤레디움은 미술작품 전시를 위해 건물 내에 항온 항습, 방음 방수, 음향조명 등의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7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실내악이나 단독, 소규모 연주회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재단은 이릍 통해 시민들의 오래된 아트홀 공간 부족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헤레디움 준공은 민간기업이 시민친화기업을 자임하며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문화예술 지원사업인 ‘기업 메세나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헤레디움이 대전 문화 예술의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 원도심 지역의 공동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레디움 등 아트 사이트 조성에 힘써온 함선재 관장은 "근대 건축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지역 문화의 뿌리를 살리는 중요한 일"이라며 헤레디움 준공의 의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록 일제 식민 수탈의 아픈 역사가 있는 장소지만 이를 덮어버리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기억하며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확신한다"며 "아티스트와 시민들이 만나 문화공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헤레디움 준공일인 오는 30일에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세리머니 ‘더 뉴올드 오버추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최고의 영상과 사운드로 클래식 콘텐츠를 제작해 전 세계에 ‘K-클래식‘을 소개하는 클래식 유튜브 채널 ‘렛츠 클레이’를 통해 당일 30일 오후 6시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된다. 공연은 동양척식 주식회사 대전지점을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 새로운 문화 예술 향유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백 년’을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부 ‘The Old’의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으로 시작으로 2부 ‘The New’에서는 ‘뉴올드앙상블’이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통해 한 차원 더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된 작곡가 박정규의 ‘비발디&피아졸라’ 등 의미 있는 곡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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