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가지 등 온전한 상태 발견
연기·가스로 이용자 희생 추정
백드래프트 관련 논란 증폭돼
소방당국 “연소확대 위험성 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 사우나 내에 연기가 유입돼 가득 찼다는 정황과 함께 물증이 나오면서 백드래프트를 우려해 유리창을 깨지 않은 결정을 내린 소방당국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소방합동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2층 여자 사우나의 목욕용 의자가 심하게 그을려 처음엔 몰랐을 정도"라며 "이는 연기가 그만큼 꽉 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2층 사우나 안에 있던 플라스틱 물바가지는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당국도 화재 당시 사우나가 있는 2층의 경우 일부분만 탔다고 밝혔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2층 방화문 안쪽에 유리문으로 슬라이딩 도어가 있는데 그 안쪽에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사망자가 몰렸던 것은 1층에서 올라온 연기를 피해 나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희생자들은 검은 연기 때문에 슬라이딩 도어를 제때 찾지 못해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층 사우나는 화염이 거세지 않았고, 자욱하게 스며든 연기와 가스에 의해 여성 이용자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백 드래프트는 화재가 발생한 내부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문을 열거나 창문을 부수게 되면 산소가 갑자기 공급돼 마치 폭발하듯이 불길이 갑자기 크게 번지는 현상이다.

불길이 거세게 번진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소방당국이 2층 사우나 통유리를 서둘러 깨고 구조에 나섰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유가족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족들은 지난 22일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이런 원망과 질책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여자들이 모여 있던 2층 사우나 통유리만 먼저 깨줬으면 거의 다 살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은 백 드래프트 발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만약 백 드래프트 발생 가능성이 없었더라도 불길이 천장 쪽으로 치솟는 굴뚝 현상이 발생해 급격한 연소 확대 위험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정성수 기자 jssworl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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