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기면 수동으로 열려 출입문 찾다 가스흡입 가능… 문자체에 결함 있었을 수도

“자동문은 전기가 끊기면 수동으로 열린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 7일째인 27일 본보가 만난 전기 분야 전문가의 말이다.

20년 넘게 전기를 다뤘다는 그는 “건물에 불이 나면, 소방 인력이 출동하는 것처럼 한국전력공사에서도 현장에 나가 전력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인데, 그런 조치는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사고 당일 소방서 다음으로 현장에 도착해 화염에 휩싸인 ‘노블 휘트니스 센타’ 건물의 전력을 끊었다.

말을 잇던 이 전문가는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실의 ‘슬라이딩 자동 출입문’에 주목했다. 이곳은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 초기에 통유리를 서둘러 깨지 않아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장소다.

이 전문가는 “희생자들이 전기가 끊기면 수동으로 자동문을 열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가득한 연기와 화염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여성들이 평소처럼 출입문을 여느라 허둥지둥하는 사이 유독 가스를 마셔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다면 수동으로도 열리지 않은 출입문의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희생자들이 자동문의 경우에는 전기가 끊기면 수동으로 쉽게 열린다는 걸 알지 못했거나 문을 열려고 했는데도, 고장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사우나실에 갇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찰과 국과수도 이런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소방합동조사단은 화재 당시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 등 각종 의혹 규명에 나섰다.

조사단은 27일 유족들이 제기한 소방대의 늑장 구조와 방화시설 공사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전날 100여 분간 화재 현장을 둘러봤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불길이 거셌던 것으로 보였다”며 “비교적 상태가 온전했다는 2층 여자 사우나도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우나의 목욕용 의자가 심하게 그을려 처음엔 몰랐을 정도”라며 “3~9층도 심하게 탄 상태”라고 전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소방당국의 최초 신고 접수 후 화재 현장에 출동한 과정과 논란이 되는 인명 구조상의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변수남 단장은 “유가족과 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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