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과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참여제한에 포함된 대학들의 충격은 컸다. 자존심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물론이려니와 당장 다가온 신입생 수시모집에 적지 않은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 명단에서는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이런 걱정 저런 근심으...
서재에서 빛바랜 책 한권을 꺼내든다. 양장제본에 레자크지 커버를 씌운 고급스러운 장정이다. 뒷표지 필자사진은 유명 사진작가 김수남, 책 다자인은 소설가 김승옥이 맡았다고 표지 안쪽에 적혀있다. 조선작 첫 소설집 '영자의 전성시대'. 1970년대 한...
지난 주 끝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짧은 기간에 단단한 위상을 쌓아올린 문화행사로 꼽힐 만하다. 무엇이든 한번 마음먹으면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열정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우리사회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웅장...
영화 '도가니' 개봉 후 불어 닥친 열풍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이제서야 온 나라가 함께 흥분하여 여론이 비등하고 개선입법을 추진하는 등 대단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공지영 원작 소설 '도가니'가 ...
지난 주 이 칼럼에서 모두 바삐 움직이면서도 막상 절약하는 시간의 활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을 얘기했다. 두 분이 연락을 보내왔다. 시간 여유가 있어도 KTX 외에는 다른 열차를 이용하기 힘들다는 취지였다. 여유 있게 창밖 풍경도 음미하면서 여행의 정취...
-안녕.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장사꾼이 대답했다. 갈증을 푸는 알약을 파는 장사꾼이었다. 일주일에 한 알씩 먹으면 목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아저씨, 그건 왜 파는 거야?-이건 시간이 굉장히 절약되는 거다. 전문가들이 계산했는데 한 주일에 53분이 절약된단 말...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고종황제는 커피를 처음 접하게 된다. 주한 러시아 공사의 처형인 독일인 손탁이 대접하는 커피에 매료된 고종은 우리나라에서 첫 커피 마니아가 되었다. 광복 이후 진주한 미군에 의해 비로소 커피는 본격적으로 전파되었다. 인스턴트 제품이지만 커피는 ...
3200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무대에서 30년 넘게 일해 오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일체 금전적 보수나 대가없이 공연이 있는 금, 토요일 일사불란하게 맡은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다. 프랑스 파리에서 350㎞, 방데지방의 작은 마을 '퓌 ...
토론문화 수준을 이끄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TV토론이다. 다양한 출연자들이 벌이는 발언내용이나 기법, 진행솜씨는 근래 크게 향상되었다. 다가올 10·26 보선과 내년 총선, 대선에 즈음하여 토론은 이제 단순한 절차 차원을 넘어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등장...
1등만 기억하고 2등 아래로는 별다른 관심이나 눈길을 주지 않는 사회에서 특히 2등은 쓸쓸하다. 스스로의 의지나 노력과 관계없이 애초부터 주어진 상황이라 해도 그러하다. 가령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는 유명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마라도 바로 위 국토 ...
요사이 마구 ‘국민OO’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바람에 본래 의미가 퇴색된 느낌도 있지만 명불허전이라던가 진정한 국민OO는 여전히 고수의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일요일 낮 방송되는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국민사회자로 칭찬받아 마땅...
공중파 TV 드라마에서 아내가 16살 연상의 재혼한 남편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인물이나 관계설정과 극의 흐름이 극단과 자극일변도를 추구하고 있어서 이런 사소한 호칭지적이 별 의미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멀티미디어, 멀티 플레이어, 멀티 유스 같이 '멀티…'라는 이름이 일반화된 이즈음 한 가지 재능이나 기능, 역량만으로는 나날이 바빠지고 복잡해지는 세상과 삶의 흐름에 부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많은 직종이 그러하겠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대학교수직은 여러 분야의 능력...
탁월한 작가가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많은 유산을 물려 받았다해도 관리를 잘해 키워놓은 사례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예술활동 이외 영역에서 치부를 한 경우도 흔치 않다. 산업사회가 아직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 격변기에 20년 가까운 망명생활 등 고단한...
주말 오후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대형서점 입구.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40~50대 중장년들이 저마다 책 한두 권을 쥐고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윽고 행사테이블에 주최 측 사람들이 자리 잡고 길게 늘어서 있던 대기행렬이 움직인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소설계에 뚜렷한 ...
인구 10여 만의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비뇽은 매년 7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아비뇽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이 작은 도시를 뜨겁게 달구기 때문이다. 올해 65회 아비뇽 페스티벌이 7월 6일부터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도시규모가 작다보니 공연장이며 숙박시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미키마우스는 문화산업시장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비롯하여 동화, 그림책, 캐릭터와 문구, 팬시제품 그리고 의류와 신발, 어린이방 벽지에 이르기까지 디즈니사로 들어가는 로열티는 어마어마하...
술 취해 돌아온 남편의 해장국을 끓이는 아내는 새벽부터 북어를 힘껏 내리친다. 야무지게 방망이를 쥐고 북어를 향해 일격, 일격 사정없이 두들긴다. 북어살을 부드럽게 발라내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거기에는 야속한 남편을 향한 애증의 미묘한 감정이 얽혀있다. 그리 멀리 갈 것...
1804년 12월 2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렸다. 황제의 수석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이 광경을 거대한 화폭에 옮겨 담았다. 영광의 절정에 오른 나폴레옹은 다비드의 그림으로 민중의 뇌리에 깊게 새겨진다. 카메라도 없던 시기 대...
지금처럼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국민 정서가 이반되는 시기에 전 국민을 감싸 안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소중하다. 대중적 지명도나 인기 측면에서 스포츠, 연예 같은 분야의 스타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 당장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이벤트가 없는 것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