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에베레스트 여성 원정대’로 뽑힌 오은선(사진)은 공무원직을 미련 없이 버렸다. 2007년 동료 대원들이 에베레스트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홀로 K2봉을 정복했다. 이후 2년에 걸쳐 히말라야 8000m급 8개를 몰아서 올랐고, 이번에 안나푸르나를 정복함으...
▶베트남은 모계사회다. 기나긴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자들이 일을 도맡아하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농촌의 남자들은 게으른 편이라 거의 놀고먹는다. 농사의 시조, 신농씨께서 온화한 날씨를 주어 1년에 3모작을 한다. 사시사철 논을 놀리지...
▶아버지 주름 틈에서 막걸리가 뽕짝이 되어 흐른다. 어머니 작은 손에 박힌 옹이에선 구수한 신파명조의 술이 발효된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인생의 삼합(三合)’은 가난과 노동과 눈물이었다. 이 때 슬픈 넋두리를 위로하는 시(詩)가 막걸리였고, 젓가락 두드리며 희망...
▶우리나라 국민은 34억 원은 있어야 부자(富者)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중 2명은 부자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뭔가 ‘투기(投機)’한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34억 원의 꿈...
▶대한민국에 사는 200만 명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한다. 이들 중독자는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과 동거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한 해 7조~10조 원에 이른다. 인터넷은 영화, 게임, 음악, 성(性) 등 없는 게 없는 오락상자다.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
▶소설가 정도상은 고비사막을 여행하면서 아들을 떠올렸다. 중학교 2학년이던 정 씨 아들은 화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아들에게 고비사막 동반여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부자(父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주일 뒤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
▶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으로 산 법정스님이 ‘연꽃’이 됐다. 편백나무의 헛헛한 바람 곁에 피어난 ‘무소유’의 불길은 아름다운 향기를 남겼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강조한 것은 '가...
▶최근 공군 F-5 전투기 2대가 낙화(落花)했다. 하루 만에 육군 500MD 헬기도 추락했다. 조종사 5명이 ‘꽃’처럼 떨어졌다. F-5기는 북한의 포병을 정밀 타격하는 게 주 임무다. 우리나라 전투기 480대 중 35%를 차지하는 주력 기종. 하지만 기계식 레이더에...
▶아직도 가슴이 저릿하다. 한국인임을 행복하게 만들고, 가슴 속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한 올림픽의 영웅들이 귀환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드라마로도 쓸 수 없는 이 감동적인 서사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올림픽 챔피언은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만이 된다고 했다. 밴쿠...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혀 짧은 소리가 나온다. 귀넘어 듣다보니 알아들을 수가 없고,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혀가 배배 꼬여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필기시험에 붙기 위해 밑줄 팍팍 그어가며 공부한 영어는 그야말로 ‘벙어리 영어’다. 한국은 147개국 중 토플 회화 ...
▶도둑놈도 울고 갈 ‘도둑놈들’이 있다. 충남의 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한통속’이 돼 예산을 빼돌렸다. 여기에 가담한 ‘도둑 공무원’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빼낸 돈으로 회식하며 ‘니나노’를 불렀다. 전남 해남의 한 공무원은 친·인척을 동원해 5년간 복지급여 10...
▶‘머슴’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저마다 ‘크고, 넓고, 폼 나게’ 지으려고 경쟁 중이다. 한국판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리는 성남시 신청사는 3222억 원을 들였다. 서울시 신청사(2288억), 서울 용산구(1510억 원), 용인시(1974억 ...
▶봄이 오면 ‘냉전(冷戰)’을 이겨낸 풀들이 기지개를 펴고 푸른 꽃들을 피운다. 추운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가 봄볕의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삭풍을 견뎌야 하고, 응달 안에서 눈물 나는 광합성을 해야 나이테를 만들 수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바람은 갖...
▶대한민국 법(法)이 난타당하고 있다. 국회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했던 강기갑 의원 무죄, ‘미친 소’로 대한민국 식탁을 ‘돌아버리게’ 만들었던 PD수첩도 무죄. 이 두 판결로 인한 ‘법리공방’에다 세종시까지 겹쳐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의원님이 ‘공중부양’을 하...
▶꿈이 없는 세상은 삭막하고 불행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꿈을 먹고 산다. 그 꿈이 설령 허깨비가 된다 해도, 허무한 개꿈이라고 해도 꿈을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못 이룬 꿈을, 꿈속에서는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은 하루를 살더라도 청록의 파...
▶서울특별시는 명칭 그대로 ‘특별한’ 도시다. 남한 인구 5분의 1을 ‘작은 그릇’에 담고 있으면서도 ‘큰 그릇’의 담대함을 드러낸다. 그 내면에는 그들만이 특별하다는 오만에 젖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서울사람들은 뿌리가 ‘촌’이면서도 촌티 안내려고 애쓰는...
▶신부 가마 위에 얹은 호랑이 담요는 신부에 대한 시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까치가 앉은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그린 호작도(虎鵲圖)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다. 산길을 떠날 때는 여자의 살내가 스민 속적삼 한쪽을 오려 들고 가면 호랑이의 접근을 막는다고 했다. 호랑...
▶지식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방기곡경은 ‘샛길’ ‘굽은 길’을 뜻하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삽질 공방, 미디어법 ...
▶빨간 옷과 빨간 모자를 쓰고 늘 기분 좋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맘 좋게 생긴 흰 수염 할아버지.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기는 산타의 진정한 가치는 인류애와 박애정신이다. 그러나 최근 산타를 혹평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호주 모나쉬대의 그릴즈 교수는 ...
▶아내의 눈에 웃음이 말랐다. 단출한 살림살이에 푸성귀만 잔뜩 올린 밥상을 들고 오는 아내의 그림자가 슬프다. 핏기 가신 두 손이 나무토막 같아서 밤새 선술집에서 보낸 죄를 뉘우친다. 새벽녘에 너무도 아팠다. 밤이 깊어질수록 고뿔소리는 담을 넘고, 새벽을 넘었다.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