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축제에 가보셨는지요. 1990년 초부터 봇물을 이루며 열리던 축제에 대한 무용론, 자성론이 고개를 들면서 한동안 주춤한가 했더니 여전히 주로 봄 가을 특정기간에 집중하여 앞 다투어 열리는군요. 국가차원의 대규모 행사로부터 동네마을 단위 잔치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요즈음 인터넷에서는 갖가지 건배(乾杯)문구 모음 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모임의 분위기를 돋우고 덕담을 건네는데 있어 건배사는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주빈이나 모임을 주도하는 인사, 참석자 가운데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 순서를 맡는다. 법관들의 술자리에서는 ...
햇볕이 잠시 몸을 숨긴다/ 휴식으로 넘어가는 정오는 늘 여유롭다/ 식당 유리창 언저리에 그늘 만드는/ 뜨거운 국물 뽀얀 반점/ 외롭고 넉넉하며/ 초라하고 호사스런/ 반찬 그릇 밥사발/ 내 품안/ 가장 비싼 한 끼의 영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가슴 저린 일상점묘 - ...
악수를 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다음에 악수할 사람을 쳐다보는 자세는 빠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손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의 전용습관인줄 알았다.그런데 유심히 보니 올바르지 못한 악수매너는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에티켓 교육이 제대로 이루...
1857년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현대시의 시조로 꼽히는 시집 '악의 꽃'을 출간했다. 그 당시 사회분위기는 이 시집의 주요한 테마인 추(醜)함과 성(性), 죽음 등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겼고 동성애 취향, 우울, 도시의 그늘, 도취, 사라진 순수성, 삶의 억...
해외여행이라고는 생각도 하기 어려웠던 시절 1960년대. 김찬삼 교수가 펴낸 세계일주 여행기는 꿈과 같은 새로운 세상을 펼쳐보였다. 비록 사진 한 장 곁들이지 않고 빽빽하게 활자로 채워진 조악한 책이었을망정 특히 청소년 독자들은 기행문 행간에서 상상과 감성의 나래를 펼...
어느 식당. 가족인 듯한 4인이 들어오더니 잠시 무슨 음식을 먹을까 의논한다. 그리고 나서는 침묵.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식사 중에도 대화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매 등 네 사람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그들의 대화와 소통, 교류를 대체하는 미디어였다. 밥을 ...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상 탐관오리의 대표인물로 고부군수 조병갑을 기억한다. 동학혁명을 촉발시켰던 그의 학정, 가렴주구는 조선말기 어지러운 시대상과 겹치면서 큰 오점을 찍게 된다. 조선시대 군수, 현감, 부사 같은 직책은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장의 위상이나 역할과는 다른 차...
헤어지면서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읍시다"라는 인사를 주고받지만 그 '밥'은 전통적인 개념의 '밥'이 아니다. 식사를 의미하는 총괄적인 대명사로 사용될 뿐 정작 우리의 주식이었던 쌀밥, 잡곡밥의 위상과 의미는 퇴색일로에 있다. 세상이 바뀌고 사...
학교를 졸업하고 삶에 쫓겨 문학과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도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작품의 제목과 첫 연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요즘에는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작품의 필자가 광범위해져서 작고문인과 원로는 물론 중진, 중견, 신예까지 포괄하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우리 문학사를 대...
지역에서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분이 농담 삼아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서점에서는 하루 종일 책을 보고나서 그냥 나가도 어쩔 방법이 없는 까닭에 적으나마 입장료를 받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입장요금을 받는 서점이 없고 보면 해외토픽에 나올법한 이야기겠지만...
작년으로 도입 20년이 된 노래방과 1998년 무렵 첫 선을 보인 찜질방은 그간 우리 사회에 명멸했던 갖가지 무슨무슨 방 가운데 비교적 긴 세월 핵심적 위상을 지켜온 공간이 되었다. 전 국민의 가수화에 크게 기여한 노래방의 경우 긍정, 부정적 측면 모두 사회학적으로 분...
얼마 전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예술인 수입관련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예술인 2000명 대상 설문 결과 66.5%가 관련분야에서 월 100만원의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6.2%는 전혀 수입이 없다고 답하였다. 특히 문학 분야에서 가장 영세하...
족보를 살펴보면 필자의 이름 옆에 아명(兒名)과 자(字)라는 생소한 이름이 함께 적혀있다. 조부나 부친이 임의로 작명하여 넣은듯한데 언제나 봐도 여전히 낯설다. 특히 자(字)는 본이름 외에 부르는 별칭으로 예전에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이 있어서 ...
며칠 전 영월군 쌍용역 구내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이 역의 부역장이 구내로 진입하는 열차에 치어 숨졌다. 33년간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정년퇴직을 불과 몇 달 남겨두지 않은 터여서 더욱 안타까웠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이런 공무수행상의 희생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특...
경주 안압지가 있던 자리의 원래 이름은 동궁 월지(東宮 月池). 신라 멸망 후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는 동안 황폐해지면서 기러기나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이 되었다고 해서 안압지로 불렀다는 것이 현장 안내인의 설명이다. 통일신라시대 세자가 거처하던 궁전, 거기에 딸린 연못...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우리나라 본관(本貫)별 성씨 분포가 큰 화제를 모았다. 저마다 자신의 성씨가 몇 번째 순위에 올라있는지 궁금해 했고 족친(族親)의 숫자가 얼마인지 확인하기에 바빴다. 작년에도 올라왔던 자료였고 작성자와 출처가 아쉽...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관객 500만을 넘겼다. 시대상황과 국민정서에 부합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고전명작 영화의 이런 호조는 드문 문화현상으로 분석될만하다. 덩달아 그간 창고에 쌓여있던 원작소설도 벌써 15만질 넘게 팔렸다는데 영화에서 얻은 감동을 원작...
동일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가령 중국고전 ‘삼국지’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인간과 사회, 세상살이의 핵심을 꿰뚫으며 지혜와 처세의 핵심을 깨우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오로지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약육강식의 잔...
난데없이 날아온 화살 하나새끼사슴 맞히니 피가 주르르달려온 어미사슴 애타는 혀로수없이 거듭 화살자리 핥았으나혀가 빠지게 화살자리 핥았으나속절없이 어미사슴 쓰러져 죽고새끼사슴 마저 죽고 말았다!화살 하나에 사슴이 두 마리라숨어서 이 꼴 보던 놀란 사냥꾼어미사슴의 배를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