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을 품다…

▲ 아기 호랑이를 안고 해맑게 웃고 있는 전재현씨. /전우용 기자
맹수 사육사 하면 언뜻 맹수처럼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사육사 길을 걸어온 대전동물원 맹수 사육사 전재현(31)씨의 순박하고 선한 인상을 보면 그런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말 못하는 맹수들과 교감하면서 그들과 함께 먹고 자는 동안 맹수에게서 사랑과 인생을 배운다는 전씨.

그는 호랑이, 사자, 늑대, 표범, 푸마 등 맹수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아기 맹수들을 돌본 뒤 다시 무리로 되돌려 보낸다.

지금 사파리에서 흰 이빨을 번득이며 위용을 자랑하는 맹수들 중에도 전씨의 품에서 우유를 먹고 자란 동물유치원 출신이 여럿 있다.

그가 사육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충북 충주 알림동에서 태어나 전씨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전공도 학부에선 동물과학을 공부했다.

그랬던 그였지만 평생의 업이 사육사가 될 줄은 몰랐다.그의 사육사 인생은 우연히 대학 졸업 무렵에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드림랜드의 현장면접에 응시, 합격하면서부터.

부모님을 비롯 주위에서는 찬성하지 않았다.

항상 생명을 위협받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입사 후 한동안 사료를 나르고, 사파리의 철문을 여닫는 일이 여간 고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응했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전씨는 "맹수들과 어울리며 사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으며 원인도 모른 채 갑자기 폐사하는 아기 맹수의 경우는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났다.

더욱이 전씨의 아기 맹수 사육은 퇴근 후 집에서까지 이어질 정도다.

전씨는 "방 안에서 아들을 부를 때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며 오라고 할 경우가 많아 아내로부터 애를 짐승 다루듯 한다는 핀잔을 듣는다"고 귀띔했다.

맹수 사육사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만큼 동물에 애정이 많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직업관이다.

전씨는 "동물들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느끼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체력, 인내심, 심리적 안정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독한 노이로제에 걸려 산다는 게 전씨가 말하는 맹수 사육사의 애로다.

전씨는 "맹수가 우리 밖으로 나오는 경우를 염두에 두다 보니 잠금장치를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도망가는 경우를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고 털어놨다.

또 행여 잘 먹지 않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마치 자식인 양 안절부절 꼼짝도 못하기 일쑤다.

전씨는 "맹수들을 맡고 있는 경우의 에피소드라고 하면 사육 중에 물리거나 다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야깃거리들을 안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사파리는 밀림과 정글의 법칙이 살아 움직이는 지역이다.

전씨는 "아무리 오래된 베테랑 사육사라고 해도 맹수의 근접지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없다. 사파리에는 먹잇감을 먼저 차지하고, 발정기에는 교미를 위한 상대를 독차지하고, 그를 위해 투쟁하는 야수의 본능이 고스란히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을 맞춰 먹을 것을 준비하거나 운동을 시키는 등 온종일 아기 맹수들과 씨름한다.

새벽밥과 밤참까지 챙기려면 아기 맹수들과 완벽히 한몸이 돼야 한다. 전씨는 "면역력이 강한 맹수로 키우고 싶다"며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 자신도 모르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맹수들을 보살피며 동물원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행복 전도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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