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지연 구태 반복
유권자 후보검증 기회 잃어
“현직 의원 재선에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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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며, 끝내 자신들의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길을 선택했다.
내년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가 정치권의 ‘잇속다툼’으로 획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5·14면

이로 인해 내년 총선은 유례 없는 ‘깜깜이 선거’가 예상되고 있고, 실제 앞날이 불투명한 예비주자들은 불안함과 불리함을 동시에 안고 예비후보 등록에 나서고 있다. 여·야의 지리멸렬한 대립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선거구 획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 2대 1을 원칙으로 선거구를 재편하라는 결론을 내리며,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논의 시작 당시만 해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가 전혀 손댈 수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公言)했지만 이는 금세 허언으로 바뀌었다. 독립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여·야가 위원을 각각 4명씩 추천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게 되면서 획정위가 정치권의 대리전을 펼치는 마당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당초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안 제출기한이던 지난 10월 13일이 다가오자 합구대상으로 꼽힌 영호남 농어촌 국회의원들은 ‘지역대표성’을 앞세워 농어촌 선거구 축소 최소화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란듯이 비웃는 행태를 보였다.

구조적으로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했던 획정위는 끝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며 선거구 획정의 공을 다시 국회로 넘겼고, 기반 지역 선거구가 줄어들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기다렸다는 듯 ‘비례대표 의석 조정’과 ‘의원정수 미세 조정’ 등을 통해 농어촌 선거구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결국 비례대표 의석 감소를 통해 농어촌 선거구 감소를 최소화하는 목적을 달성한 여·야가 최근에는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기게 되면 모든 법정 선거구는 사라지고, 예비후보들의 정치활동이 중단되는 ‘아노미’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여·야의 무책임한 행보로 인해 큰 피해를 보는 그룹으로 내년 총선에 도전하려는 원외 인사들이 꼽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이든 예비주자든 당선만 되면 지금의 사태가 추억으로 밀려나겠지만 유권자들은 ‘깜깜이 선거’로 인해 후보자 검증의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소중한 한 표를 원하는 곳에 행사할 권리마저 침해당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영·호남 양강의 무책임으로 전 국민이 대책없고 정보없는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며 “구태만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선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들의 재선에만 관심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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