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Sing~Sing 인생이 씽~씽

▲ 주부들과 호흡하며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전문 노래강사 박예랑씨. /사진=김대환 기자   
100평 가까운 강당이 비좁다.

건물을 뒤흔드는 노랫소리와 손짓, 몸짓.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흥에 겨워 몸을 흔들고, 배꼽 빠지도록 웃음을 터뜨리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주부들과 호흡하며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전문 노래강사 박예랑(39)씨.

얼핏 봐도 주위를 사로잡는 '끼'가 다분하다.

화려한 제스처와 자신감 넘치는 노래, 춤 등등.

강의시간 내내 노래가 끊기지 않고, 트로트부터 발라드, 댄스 등 장르 불문이다.

전체가 같이 부르다가도 1명씩 단상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자신감을 키운다.

1시간30분인 강의시간이지만 어느새 즐거운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인기를 먹고 산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그녀는 가정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우리네 '아줌마'들의 당당한 대변자이자 동경인 셈이다.

"여자들은 우울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에서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청춘을 보냅니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죠. 어디다 풀 곳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갖고 와서 노래교실에서 모두 풀고 가라고 말씀드리죠."

남들처럼 요령 피울 줄 모르다 보니 몸이 고되다.

그래도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노래교실을 통해 희망을 찾는 주부들의 모습에 보람도 크다.

때론 딸처럼, 때론 며느리처럼 살갑게 수강생들과 어우러져 생활하다 보니 지나온 세월만큼 두터운 주부 팬도 형성하고 있다.

노래는 마음으로 불러야 한다는 그녀다.

지금은 대전 바닥에서 내로라하는 노래강사지만 그녀 역시 여느 주부처럼 '평범함'에서 출발했다.

경기도 곤지암이 고향인 그녀는 지난 90년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대전에 정착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는 결혼 후 그만의 끼는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에 서게 만들었다.

'주부가요제', '전국노래자랑' 등에 출전, 잇단 상을 거머줬고, '한국가요강사협회'에 가입하며 전문 노래강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노래만큼은 타고 났다.때문인지 그녀만의 노하우가 많다.

우선 강좌 시작 전에 '마음의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다.마음의 양식을 쌓자는 것.

노래교실에 웬 글짓기냐 하지만 마음부터 정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만의 지론이자 고집이다.

강의가 끝나기 전 10분간 이뤄지는 차밍스쿨도 같은 맥락이다.

최신 유행하는 댄스부터 막춤까지 선보이고 아줌마들의 신명난 몸풀이에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진다.

대학 때 피아노를 전공해 목 푸는 방법, 악보, 박자 맞추기 등을 노래 강습에 활용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로고송도 훌륭한 강의 재료로 변신한다.올챙이송과 휴대폰 컬러링 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박자 놓칠라 음정 틀릴라 노심초사하던 주부들에게 이들 '짝퉁 노래'들은 분위기 쇄신에 최고일 수밖에 없다.

노래로 생긴 긴장감을 노래로 푸는 셈.

노래교실은 음치, 몸치의 탈출 시간이 된다.

노래 잘하는 법으로 '귀명창'이 될 것을 조언하고 있다.귀로 많이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발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흉내내기는 절대 금물이다.

유명 가수의 모창이 아닌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적지다.

그녀의 노래사랑은 최근 자원봉사활동으로 새롭게 분출되고 있다.

이웃사랑나눔터 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은 노인시설 등에서 자원봉사 발품을 판다.

"노래를 듣다 보면 10년은 젊어지는 것 같다"는 노인들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다닌? 것도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흐뭇함이다.

"늦둥이예요. 부모님이 쉬흔 넘어 얻은 막내딸입니다. 그래서인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뵈면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나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수강생들에게 '몸짱', '얼짱', '맘짱'으로 통한다.

선생님이지만 틈틈이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장구와 가야금 등 국악도 준프로급 수준이다.

저녁시간은 항상 1∼2시간 자신을 위해 쓴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최신 유행과 노래를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앞으로 봉사활동에 보다 주력하고 싶다고 한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결손가정 아이들에게도 노래로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고 한다.

강의실로 들어서는 그녀, 희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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