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로 주고 말로 받는 사랑'

"어지간하면 기뻐하고, 최악의 조건에서도 감사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제 삶의 방식입니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분석과에 근무하고 있는 박숙자(47·서구 수정아파트)씨.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당하게 던지는 한마디 인생철학엔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자그마한 빛을 밝히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배어 있었다.

꾸지 않은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앳된 미소가 참 잘 어울리기도 했다.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세태 속에서 자그마한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기쁨을 찾고 있다는 박씨를 만나봤다.

▲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세태 속에서 자그마한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기쁨을 찾고 있는 박숙자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전우용 기자
"아이들이 농담 삼아 멋 좀 내보라고 종종 권유하기도 하지만 자기를 가꾸기 위해 욕심내다 보면 남을 절대 도울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저 살 것도 부족한 형편인데 어떻게 남들에게 베풀 수가 있겠어요."

박씨의 머릿속엔 남들과 같은 사치스러움이 자리 잡을 틈이 없다는 이유다.

그럼 그녀의 생활을 어떨까.

대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가족과 직장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그녀만의 봉사활동이 하나 더 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녀의 봉사활동 중 하나는 통계청 봉사활동 모임인 기독신우회 회원들과? 매월 두 차례씩 삼성동 새나루 공동체를 찾아 200여명분의 배식과 설거지 봉사에 나서는 것이다.

벌써 햇수로만 5년째다.

새나루 공동체란 대전역 주변의 빈민 사람들을 품고 사는 봉사단체로 무료 급식 등의 활동을 펼쳐 오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손잡아 주기가 어려운 걸인들이 대부분이지요. 처음 얼마 동안은 봉사활동 꺼려지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갔다 오면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 그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 같아요."

또 그녀는 "제가 하는 봉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삶의 끝에 몰려 멍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새나루 공동체 구성원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존경심이 묻어 나올 정도지요"라며 그들에 대한 경의도 표했다.

박씨의 또다른 봉사활동은 독거노인 1명과 결연을 맺고 매월 소정의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가 하면 추석 등 명절 때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일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외에 남몰래 2명의 소년소녀가장돕기에도 나서고 있는 상태다.

박씨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때 고향인 경남에서 서울의 한 교회 옆으로 이사를 가면서부터.

이때부터 기독교인의 삶을 시작한 박씨는 베풂의 즐거움을 깨닫게 됐단다.

"봉사활동은 아이들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학교 1·2학년인 두 아이가 엄마가 존경스럽다는 말을 할 때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봉사활동 때문에 시간에 쫓겨 가정이나 직장에 소홀할 법도 할 텐데 그녀는 봉사활동에 나서는 날 업무가 남았으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 야근을 해서라도 끝을 맺을 정도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성격 때문일까?

영등포여상을 졸업하고 지난 75년 주산 1급 특기로 통계청 인구총조사자료 집계요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성실성을 인정받아 7급 별정직에 임명됐다.

이는 당시로선 흔치 않던 사례였다.

또 29년이 지난 지금은 통계청의 인구정책 중요 업무인 출생·사망·혼인·이혼 통계 담당을 맡고 있다.

"당시 같이 근무하던 여직원들의 경우 출산하면서 많이 그만뒀었죠. 당시 상황이 여자는 임신하면 그만둬야 할 정도로 여건이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임신했을 때 남에게 업무를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출산 바로 전까지 출근한데다 얼마 되지 않던 출산휴가도 다 채우지 않을 정도로 업무에 철저하게 임했죠."

박씨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군에 입대한 두 아이들이 나중에 저하고 양로원을 하나 지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막연한 계획이지만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아이들이 바르게 커 줘 고맙기도 하고요."

잘먹고 잘살자가 아니라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성실함을 밑천 삼아 나이 들면 몸이 잘 따르지 않을 것 같아 할 수 있을 때 최선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박씨.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열심히 자신이 추구하는 귀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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