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세상에 '마음의 창'이 되어…

▲ '사랑의 시술'을 펼치고 있는 '눈사랑 안과' 김용백 원장. /사진=김대환 기자
별히 내세울 만한 일도 아닌데…."

지난달 지역 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 355-D 지구의 추천으로 실명 위기에 놓인 보호청소년의 망막시술을 무료로 집도한 둔산동 눈사랑안과 김용백(45) 원장은 '좋은 일 하셨다'는 기자의 질문에 머쓱해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김 원장은 이번 봉사시술 외에도 지난 9월, '천사의 의술'을 한 차례 더 베풀었다.

특별히 국제라이온스와의 인연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국제라이온스가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시력보존사업이 원래는 안과의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라이온스 분들이 빛을 보지 못할 위기에 처한 분들을 솔선해서 돕고 있는데 안과의사인 제가 어떻게 나몰라라 할 수 있습니까. 단지 제 이웃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주신 달란트(능력)를 쓰는 것 뿐이죠."

사실 김 원장은 대전, 아니 전국에서 망막시술에 관해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명의(名醫)라고 소문이 나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숨은 실력 이면에는 '나는 모든 것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단지 그가 천직으로 생각하는 의사의 길을 묵묵히 해 나가는 그의 순수성이 더욱 더 빛을 발했는지 모를 일이다.

김 원장이 전문으로 맡고 있는 분야는 노화현상으로 발생하는 백내장, 녹내장, 당뇨 망막병증 같은 노인성 안구 질환이다.

진료를 위해 찾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고, 그를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이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진료과정에서 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한 불신을 품고 진료에 임하는 사람들에 대해 김 원장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환자들이 의사를 믿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을 대하게 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까울 때도 있죠. 그럴 경우에는 제가 비록 의사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따끔한(?) 충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원장에게는 환자를 대하는 철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믿음'이 전제된 진료.

"분명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가 저마다 실력이 다르다는 건 인정하지만 일단 이곳에 온 이상은 담당의사를 믿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또 환자를 대할 때는 항상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진료와 시술에 임하죠."

설혹 의사를 믿지 못하고 불신을 표출하는 환자를 대할 때는 이런 말을 건낸다고 한다.

바로 김 원장이 가지고 있는 그만의 의술적 신념이기도 하다.

사실 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딘가 아프게 되면 소문난 의사를 만나 한번에 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지사.

하지만 첫째도 믿음이요, 둘째도 믿음이라고 김 원장은 힘주어 말한다.

이런 김 원장이 의술을 펼치기 시작한 기간은 만 2년이 채 안 된 짧은 시기이다.

논산에서 태어나 줄곧 대전에서 자란 김 원장은 대전고를 졸업하고 충남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했다.

그렇게도 엄하셨던 선친의 '의사나 교사가 돼라'는 바람대로 후학에게 의학을 가르치는 교수생활을 동국대와 모교인 충남대에서 8년간 했다.

그러던 2002년. 학교 선배이자 개원 동기인 박근성 원장과 교단을 떠나 사회로 나가서 의술을 펼치자는 장고(長考) 끝에 뜻을 모았고, 이은정 원장과 함께 3명이 합심, 둔산동 갤러리아 맞은편에 '눈사랑 안과'라는 개인 아닌 개인병원을 2003년 2월에 오픈했다.

교수라는 직함을 내던지고 개원을 하게 된 동기는 따로 있었다.

대학병원의 복잡한 수속을 없애고 긴급을 요하는 환자들을 위해 원스톱(one stop) 시스템을 제공해 한시라도 빨리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고 김 원장은 전한다.

"의사보다 교수가 더 나을 거라고 많은 주변분들이 말씀하시지만 모든 것에는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한다는 보람도 있었지만 의사에게 중요한 시술을 베풀고 싶다는 또 다른 욕심이 들더라고요. 교수로서는 이론적인 교육을 통해 저만의 연구도 할 수는 있었지만 환자들이 현실 속에서 필요로 하는 직접적인 시술은 물론 원스톱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김 원장이 있는 눈사랑안과에는 여타 병원도 구비치 못한 장비들도 구비돼 있다.

의술에 대한 욕심이 많은 덕분에 고가장비일지라도 아깝게 생각지 않고 구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타 지방 사람들도 다른 의사들의 추천을 받고 김 원장을 찾아온다고 그는 귀띔한다.

김 원장이 꿈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고락(苦樂)을 함께해 온 박 원장과 이 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동업을 했지만 이윤에 급급하지 않고 의사로서의 의술을 최대한 베푸는데 협조하는 두명의 든든한 동반자가 있기에 김 원장은 오늘도 의술을 베푸는데 여타한 잡념이 자리잡지 않는다. 그의 두 손을 통해 이 세상이 더욱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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