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비 납품을 싸고 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한국농어촌공사 전·현직 직원과 공무원 등 관계자 27명이 무더기로 구속 기소됐다. 드러난 연루 지사만 논산, 공주, 동진, 음성, 군산, 익산 등 7개이고, 자치단체는 논산, 정읍, 동두천, 부산 북구청 등 4곳이다. 지역 불문하고 관행적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단서다. 걸핏하면 농어촌공사에서 모럴해저드의 심각성이 제기되는 원인을 근원적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범행 수법이 비열하다. 이들은 수의계약이 가능한 우수조달물품 생산업체에 공사를 발주한 뒤 뇌물을 수수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수의계약 조건을 철저하게 악용했다. 빈틈만 있으면 검은 돈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구조적 단면이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전국으로 관련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의 비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2년 당진지사 한 직원이 8억여원의 간척지 매각대금을 횡령했고, 2014년에는 업무상 배임으로 무려 61명이 형사처벌 받은 바 있다. 충북지역본부 한 직원이 업무와 관련 뇌물 1억 6000만원을 수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금품수수 및 업무상 비리로 중징계 받은 직원만 112명에 이른다. 모럴헤저드의 심각한 수준을 방증해준다.

올 연초에는 한 간부가 '승진장사'까지 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승진시험지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10년간 가담자만 60명이었다. 공금횡령에다 상납, 방만 경영 시비로 얼룩지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경영평가 등급이 2010년부터 A에서 B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지난해 연말부터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로 지난 국감에서 집중적인 질타를 받기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기관이 통합된 조직으로 모래알 조직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농어촌공사는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조건으로 '윤리경영 헌장'을 2004년 선포한 바 있다. 구호보다는 뼈를 깎는 개혁의 실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순간이다. 내외 분위기가 여러 면에서 우호적이지 않다. 이러다가는 조직 해체 수순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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