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본뜬 포로체험 훈련
예행연습 중 특전사 사망
위험 대비한 지침도 없어
도입배경 놓고 의문 증폭

육군은 특전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에 대해 체계적인 포로체험 훈련을 완성하기 위한 ‘예행 연습’을 하던 중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이 ‘죽음의 훈련’으로 불리는 이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을 올해 갑자기 ‘특별히 공을 들여’ 도입하려 한 배경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육군본부는 3일 오전 11시30분 대전 국군통합병원 면회실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소속 부대 훈련장에서 여단 교육·통제 아래 총 24명의 훈련 병력이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때를 대비해 체험 훈련을 하던 중 발생했다”며 “사고 당시 사망자들은 포로가 됐을 때를 가정해 얼굴에 두건을 쓴 채 무릎을 꿇고, 양팔을 뒤로 결박당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부대는 2일 오전 ‘두건을 얼굴에 씌우기만 한 채’로 1시간여 동안 훈련을 실시한 후 같은날 오후 9시부터 훈련 강도를 높여 ‘두건을 씌운 후 목 부문을 끈으로 묶은 채’로 또다시 포로체험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로로 잡힌 군인 스스로 결박과 두건을 벗고 격리실을 탈출해야만 끝나는 훈련이었지만 야간 훈련에 참가한 10명의 특전사 중 누구도 1시간30분이 넘도록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오전 훈련 때 모두 1시간여 만에 결박을 풀고, 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야간 훈련을 할 때는 두건을 씌운 것에 더해 목부분을 끈으로 묶었다. 그래서 결박을 풀기 더 힘들었고, 시간이 더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목숨을 담보한 고강도 극기 훈련이었지만 포로체험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 약속 등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애초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런 식의 포로체험 훈련은 특전사 부대에서 예전에도 실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이런 식의 포로체험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이전에도 시행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04년 이전까지 특전사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포로체험 훈련을 미군의 방식을 참고해 올해 재도입하려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 육군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전에 적에게 포로로 잡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해오긴 했다. 지난 4월부터 준비하고 검토해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 하려는 과정이었고, 본격적으로 이 계획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여단 자체적으로 최종 연습 훈련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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