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장
겉핥기식 차량순찰 대신 만남형 순찰
경찰-주민간 ‘마음의 거리’ 줄어들어

▲ 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장은?전남 고흥 출신으로 1983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찰장학생(경위)으로 입문했다. 윤 청장은 서울 혜화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등을 거쳤다. 2010년 경무관 승진과 함께 충북경찰청 차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4월 치안감 승진과 함께 서울경찰청 차장으로 재직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취임 100일을 맞았던 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시행중인 시책들과 주민과의 소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충북의 한 70대 장애인(지체장애인 1급) A 씨는 40년동안 마을 주민과 어울리지 못했다. 자신의 몸이 성치 않아 주민들과 어울리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마을주민들 역시 A 씨를 외면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파출소장이 찾아 와 불편한 게 없느냐며 물어 왔다.

그는 파출소장의 느닷없는 방문이 오히려 불편했다. 그러나 지금은 파출소장과 친구처럼 지낼 정도로 그를 통해 힘을 얻고 있다. 파출소장은 "충북경찰청의 치안 정책에 따라 마을의 소외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환”이라고 말했다.

윤종기(55) 충북지방경찰청장은 취임 후 '서민 치안'에 중점을 둬 왔다. 보여주는 것보다 실질적인 치안을 체감하도록 하자는 게 윤 청장의 생각이다.

지난 5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청장은 경찰관들의 작은 '애사'까지 꼼꼼히 챙기고, 도민들의 작은 억울함까지 들어주고 있다. 윤 청장은 "강력 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도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늦었지만 취임 100일을 맞아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세월호의 침몰 사고에 충북경찰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 희생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 말씀을 드리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회복을 간절하게 기원한다.

저는 지난 해 12월 26일 취임 이후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을 구현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아직 이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을 위해 충북경찰은 더욱 노력할 것이다. 도민들의 많은 협조와 동참을 부탁드린다."

-회의 문화 개선 등 새로운 조직문화에 힘쓰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조직문화 개선의 취지는 한마디로 그릇된 습성과 행태를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관습적·관행적으로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일들은 과감히 버리는 '불필요한 일 버리기'다.

또 경찰관의 의무위반행위 대부분이 음주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책임있는 음주문화' 정착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승진과 관련해 청탁 안하고 안 받기, 선물 안주고 안 받기, 선의적 댓글인 선플 달기 운동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직원들의 책임있는 업무처리로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의 가치를 실현해 신뢰받는 충북경찰상 구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충북청 회식문화 중 ‘112’라고 있는데 어떤 것인가.

"112 운동은 경찰관의 '책임있는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술좌석은 1차에서,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끝내자는 운동이다. 절제된 음주 문화가 정착된다면 음주로 인한 의무위반행위는 자연스럽게 근절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취임 전·후 충북경찰이 달라진 점은.

“존중을 강조하는 이유는 존중문화 확산으로 우리 조직의 계급이나 기관·부서 이기주의로 인한 벽을 허물어 내는 것이다. 내부고객 만족도를 높인 후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주민만족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존중문화의 씨앗은 '긍정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나이도 계급이다' 라는 인식을 공유해서 상·하간 존중하도록 하는 등 인정·칭찬·예의·배려가 넘치는 화합의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경찰업무에 '홈퍼니 경영개념'을 적극 도입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확대하고 부드러운 업무분위기를 조성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매주 수요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또 기관·부서·관할 구분없이 '협업하는 업무 분위기 조성'과 '불필요한 일 버리기'를 통해 내부만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직원들의 얼굴이 이전 보다 밝아지고 업무능률도 상당히 향상돼 충북경찰만의 창의적인 시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의 대표정책은.

"먼저 주민 만남형 순찰이다. 지역주민과 만나서 대화하는 '주민 만남형 순찰'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12신고 출동의 증가와 차량순찰 위주의 순찰활동으로 경찰과 주민과의 거리가 다소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순찰 개념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 단순히 지역을 돌며 관찰하는 활동중심이던 것을 주민과 만나고 대화하는 활동으로 개선, 실시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경찰이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체감안전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주 하복대 유흥밀집지역 '클린화' 정책에 대해 관심이 크다.

“청주 하복대는 도내 최대 유흥밀집지역이다.

성매매(음란)전단지 무단 배포 및 불법호객행위 등으로 불법·무질서 행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112 신고의 약 93%가 폭행·시비 관련 신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하복대 지역에 대한 정화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불법행위 근절은 경찰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계기관 및 시민단체는 물론 관련 업주까지 동참하는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업주 스스로 자정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단계로 4월말까지 행정기관, 민간단체, 업주 등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캠페인·MOU체결·자정결의대회 등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2단계로 오는 6월말까지 불법행위를 하는 고질적·상습적 업소에 대해 선별적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정분위기가 조성되면 3단계로 지도·점검 등 후견적 관리를 통해 자정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 건전한 사회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최근 싸이카 순찰대 발대식을 개최했는데 그 취지는.

“그동안 집회시위 현장 관리가 주 임무인 '경찰관기동대'를 민생치안 현장근무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달 27일 '싸이카 기동순찰대'를 발대했다. 싸이카 기동순찰대는 싸이카의 기동성을 발휘, 신속한 현장출동으로 주민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최상의 교통치안 서비스와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공원안전 종합대책 내용은.

“도민의 편안한 휴식처로서 공원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공원 안전 확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공간 주변의 공원은 우리 도민들의 힐링을 위한 필수공간임에도 각종 범죄나 음주소란 등으로 편안하게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충북 경찰은 도민들이 안심하고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 공원안전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400개소의 공원, 등산로 등의 안전수준을 진단하고 위험도에 따라 레드(취약), 옐로우(우려), 그린(안전)으로 분류했다.

이 중 레드(취약), 옐로우(우려)로 진단된 148개소를 대상으로 공원별로 발생빈도가 높은 범죄유형에 따라 맞춤형 치안시책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과 후배 경찰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이 사회갈등을 다루는 직업인 점을 알고 항상 절제력, 균형감, 경찰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말고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또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우리 충북경찰은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도민의 곁에서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 이라는 목표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다. 많은 협조와 격려 부탁드린다.”

정리=손근선 기자 kk55s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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