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철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에게 듣는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
세종대왕 100리길은
1444년 초정리서 123일간 요양했던 일
각 지자체 특성살린 문화콘텐츠 길 조성

▲ 안종철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은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은 단순히 숲길·물길을 닦는 사업이 아니라 권역별 박물관·미술관 등 흩어진 문화자원을 모으는 중차대한 일이라고 말한다. 청주시문화재단 제공

충북 청주시 상당산성과 청원 초정약수, 증평 율리를 연결하는 문화관광벨트 '세종대왕 힐링 100리길' 조성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지역발전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연계협력 사업에 최종 선정된 이 사업은 올해 말까지 청주시·청원군·증평군 3개 시·군이 연계 협력해 상당산성~초청약수~증평 율리를 연결하는 문화의 길을 조성하게 된다.

청주권 문화행사 주관, 학술연구, 문화복지, 각종 전시 및 공연행사,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문화예술과 문화산업 정책을 개발, 추진해 온 청주시문화재단은 3개 시·군의 문화적 가치를 통합, 전개하며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들어 내는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청주시문화재단 안종철(52) 사무총장에게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의 추진 의미와 가치, 사업전략과 구체적 방안, 시민참여 및 기업 등과의 협력 방안, 타 지자체의 걷는 길 사업과 차별화된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추진 계기와 의의는.

"세종대왕은 1444년 초정리에 행궁을 짓고 123일간 요양하며 한글을 완성했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쳤으며, 초정리 약수는 세계 3대 광천수로도 알려져 있다.

또 초정리를 중심으로 청주에는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등의 역사·문화·생태적인 자원이 있으며 청원군에는 운보의집, 공방촌, 지질박물관, 마을별 작은 호수 등이 있다.

증평군에는 율리 호수와 좌구산 휴양림 등 때 묻지 않는 농경문화와 자연의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3개 시·군이 뛰어난 문화관광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치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관광 상품화나 홍보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은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리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특성화 하며, 상품개발과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이 일대를 중부권의 대표적인 문화의 길, 예술의 숲으로 가꾸고자 하는 것이다.

세종대왕 100리길은 3개 권역으로 구분되는데 상당산성권역은 '숲길', 초정약수권역은 '물길', 증평권역은 '들길'이다.

권역별 공간의 특징을 살려 스토리텔링, 학술연구사업, 마을재생, 도농문화교류, 상품개발 등의 콘텐츠 개발을 중심으로 한 사업이 펼쳐질 계획이다."

-타 지자체의 걷는 길 조성 사업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대부분의 길은 숲길이나 물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길을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길 닦기, 안내표지판 설치, 데크설치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세종대왕 100리길은 길을 만들거나 닦는 사업이 아니다.

인위적인 일체의 길을 만들지 않을 계획이며 문화콘텐츠의 길을 특성화 할 것이다. 각 권역별로 위치해 있는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공간과 역사적인 자원, 생태적인 자원 등을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개발로 차별화하고 특성화 하려는 것이다. 또 이 속에서 더 큰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원형을 찾아 내고 상품화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문화브랜드의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세종대왕 100리길 BI가 개발됐는데 BI에 담긴 뜻과 의미는 무엇인가?

"올레길, 둘레길 등 전국적으로 길 열풍이 일면서 수많은 길이 조성됐는데 이와 함께 BI 개발 사업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BI 개발이 이루어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은 한글의 특징을 살리고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우선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 자음인 'ㅅㅈㄷㅇ' 을 응용, BI(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개발을 완료했다. 각각의 자음의 초성마다 의미와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 100리길을 펼친다는 뜻이 담겨있다.

'ㅅ'은 증평 율리의 좌구산, 'ㅈ'초정의 세종행궁과 가옥, 'ㄷ'은 마을길, 'ㅇ'은 상당산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또 'ㅅㅈㄷㅇ' 이미지가 연계돼 큰 길을 만들고 있으며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다. 숲길, 물길, 들길 등 권역별 특화된 모티브 사용도 가능토록 했고 특히 이들 지역의 사계절 맑고 푸른 이미지를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청주시문화재단은 개발된 BI를 활용해 다양한 응용 매뉴얼을 만든 뒤 세종대왕 100리길의 각종 홍보물과 사인물 등에 활용하고 티셔츠, 모자, 기념품 등에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또 BI를 활용해 세종대왕 힐링 100리길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기능을 하는 것 외에도 벤치, 캐릭터, 애니메이션, 문화상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이 가능토록 할 생각이다.

더불어 간행물 제작, 문화상품 개발, 안내 사인물 등 10종에 대해 특허청 상표출원을 해 저작권 보호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도 마련했다."

-향후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 전략과 방향은.

"우선 상당산성, 초정약수, 증평율리의 3개 권역별 스토리북이 오는 4월 중 (주)샘터사에 출간된다. 마을 이야기를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엮은 책인데, 이 책을 들고 100리길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세종대왕의 발자취 100리길의 역사 및 문화적 가치를 연구개발해 향후 문화콘텐츠 자원으로 적극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삶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 세종대왕 초정행궁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나 사극, 책벌레 김득신이나 좌구산 전설을 응용한 연극이나 뮤지컬 등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권역별 마을별 문화 공간 조성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를 위해 빈집 재생 및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전문가들과 주민참여로 진행되고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마을미술관도 조성하며, 권역별 축제 이벤트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이 여행객들의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대표음식을 개발하고 다양한 문화상품과 농특산품도 개발하며 마을 주민들을 스토리텔러와 공동체 육성을 통해 농가소득과 주민역량을 높이고 도·농교류에 기여토록 할 계획이다."

-시민참여 및 지자체, 기업 간 협력 전략은 무엇인가?

"지자체가 서로 다를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시문화재단이 이들 사업을 총괄 운영하게 된다. 또 3개 시장 군수가 참여하는 정책협의회, 관계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행정협의회,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등을 만들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주민협의회도 구성해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앞으로는 통합 청주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홍보가 중요하다.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운보의집, 초정약수, 율리호수, 좌구산휴양림 등을 연결하는 세종대왕 100리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콘텐츠의 길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특히 세종대왕이 초정리에서 요양하며 한글창제를 비롯해 정치, 경제, 행정, 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시범 운영하는 등 조선의 르네상스를 실천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통합청주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각기 다른 행정의 영역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갈등 요인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청주의 문화정체성을 찾고 문화로 하나가 되며, 문화의 꽃이 피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멋진 신세계를 펼쳐 나가게 될 것이다.

또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주변의 문화자원을 특성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청주의 문화가치, 청주의 미래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한샘 기자 phs@cctoday.co.kr

△안종철 사무총장은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서울 남대문중·중동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고려대학교 대학원 졸업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IT정책박사과정을 거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매체공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이후 대한전선미디어㈜ 대표이사, 유원미디어 기획이사, 한국경제TV 방송사업부장을 거쳐 현재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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