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의해 단절된 역사정체성 회복… 시민들 자발적 참여로 복원 가능
정북동토성~상당산성~향교~남석교 연계 역사문화공원으로 새단장
중앙공원 인근까지 문화거리로 조성,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 더할 것”

▲ 한범덕 청주시장(왼쪽 세 번째)이 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11일 일부 복원이 완료된 청주읍성을 둘러보고 있다. 청주시 제공

지난 11일 청주읍성 복원 준공식이 열렸다. 일제에 의해 헐린 읍성이 청주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102년 만에 일부 복원된 것이다. 통일신라 때 처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청주읍성은 1911~1915년 일제가 시구 개정사업을 추진하며 성벽을 허물어 자취를 감추었다.

한범덕 청주시장(61)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된 청주읍성에 대한 복원 여론과 더불어 청주의 역사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성벽 터 발굴을 추진했다. 청주읍성 복원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며 향후 전략 및 발전 방향, 통합청주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인지 한 시장에게 들어봤다.

-청주읍성 복원 계기와 의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기록인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685년(신문왕 5) 3월 서원소경(西原小京)이 설치되고 689년 9월 26일 서원경성(西原京城)을 축조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 태조 때인 930년에는 왕이 청주에 행차해 나성(羅城)을 축조한 기록이 있고 ‘성종실록(成宗實錄)’에는 청주읍성이 1487년(성종 18) 2월부터 공사를 벌여 1489년(성종 20)에 완성한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일제가 시구 개정사업을 벌이며 도시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성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우리 고장을 지키고 있다 사라져버린 청주읍성에 대한 복원 여론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는 청주의 역사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청주읍성 성벽 터 일부를 발굴해 성벽 자리를 확인하고 부분적으로나마 중앙공원 서편에 읍성 성벽 복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역사적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청주읍성 복원사업은 성벽 35m를 복원했다는 물리적인 사업 자체가 아니라 일제에 의해 단절된 청주의 역사 정체성 회복과 잊혀진 우리 고장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몸짓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읍성 복원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읍성 복원에 앞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과연 복원이 가능할 지와 시민들의 견해였다. 지난 3월 전문가들과 학술회의를 개최한 결과 조선후기에 제작된 ‘청주읍성도’가 남아 있고, 영조 때 제작된 ‘일성록’에 청주읍성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있어 복원에 어려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읍성 복원에 진정성을 부여, 성안동 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은 성벽뿐 만 아니라 읍성 남문 복원도 함께 요청하는 등 청주읍성 복원에 대해 한마음 한뜻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돌이 하수구나 무심천 제방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져 성돌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전 시민들이 참여하는 성돌 찾기 및 모으기 운동 열기를 바탕으로 지난 9월 7일 청주읍성 성벽 복원 공사에 착공할 수 있었다.”

-이번 사업을 통합청주시의 정체성과 연계한다면.

“우리 시는 1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장의 정체성을 증명해 줄 많은 유적들이 일제에 의해 파괴됐기 때문에 역사문화도시라는 정체성을 잃었다.

일제에 의해 사라졌던 현재의 청원군청과 CGV 일대에 위치했던 조선시대 청주목, 중앙공원 내의 충청도병마절도사영, 그리고 제일교회 자리에 있었던 충청중영 및 육거리에 묻혀 있는 남석교 등 많은 유적들이 사라지면서 청주의 정체성도 흐려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 우리 시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청주의 역사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래를 여는 방향으로 청주읍성 복원은 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읍성복원의 향후 전략과 방향은.

“읍성복원은 통합청주시 도시계획의 큰 틀에서 진행된다. 생태의 축 무심천을 경계로 동쪽은 역사, 문화, 예술의 중심인 원도심으로 서쪽은 활력이 넘치는 경제의 중심 신도시로 구분할 수 있다.

앞으로 청주읍성은 관아공원으로 확대 조성해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세계적인 역사문화 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다. 그리고 정북동 토성~상당산성~향교~남석교와 연계해 청주시민의 정신적인 휴식처이자 보금자리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 이번 성벽복원을 시작으로 4대문 터를 발굴조사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청주읍성 주변의 묻혀있는 우리의 역사를 살리고 중앙공원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재정비하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심 속의 살아있는 역사공간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공원 일원의 문화재 복원도 함께 전개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방안은.

“중앙공원의 경우 충청도병마절도사영 터가 위치한 곳이다. 1930년대 일제는 중앙공원 조성이라는 이름하에 옛 병영 터를 훼손시켰다. 시는 현재 중앙공원 일원을 관아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 계획이 나오면 연차적으로 충청도병마절도사영 터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복원하고자 한다. 또 관아공원의 조성은 현재 중앙공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청원군청 일대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통합이후 남이면에 상당구 신청사가 건립되면 청원군청 자리를 헐어서 조선시대 청주목과 그 부속관아 건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 철저한 고증을 거친 다음 복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읍성복원과 상권 활성화의 관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읍성 복원은 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도심 재생사업은 메시지가 없는 3차원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성공한 도심 재생사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읍성복원을 비롯해 중앙공원 인근까지 확장해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걷고 싶은 도심 속의 거리로 만들어 간다면 자연스럽게 성안길과 서문시장도 탄력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주읍성 복원을 비롯한 문화재 발굴 등의 사업은 침체된 구도심을 살리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통합청주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청주는 우리나라의 주요 교통로 상에 위치했기 때문에 선진 문화를 다른 도시보다 쉽게 접해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시내에 위치한 용두사지철당간은 당시 청주인의 야철 기술은 물론 수준높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은 고려 말에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하는 쾌거를 올렸다. 금속활자는 당시로써는 오늘날의 IT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청주인들은 금속활자와 목판을 이용해 지역의 문화를 재창조했다.

선진 문물(기술)을 받아들여 모방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해 온 것이 바로 우리 청주인들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런 훌륭한 우리 과거의 역사문화들을 계발하고 되살려 청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청주시는 ‘2030 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안’에 따라 도심을 창조적 도시재생 및 역사문화 중심도시로 꾸며 나가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박한샘 기자 p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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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청주시장은…

△충북 청주 출생△청주중·고 졸업△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청주대학교 대학원(행정학 석사), 충북대학교 대학원(행정학박사)△행정고시(22회) △대전직할시 대덕구청장 △청와대 비서실 근무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 △충청북도 바이오산업추진단장 △충청북도 기획관리실장 △충청북도 정무부지사 △행정자치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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