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대석]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
| “서두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게을리하지도 않겠습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의 말이다. 지난 17일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변 대표는 “충청인이 선진당에 진정으로 요구하고, 원하는 쇄신은 통합, 단합, 화합”이라며 이 말을 강조했다. 그야말로 충청도 사람이나 할 수 있고, 충청도 사람만이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한시가 시급한 마당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충청도 스타일’이다. 뭉근하게 끓여 ‘진국’을 만들겠다는 게다. 이회창 대표의 전격 사퇴 후 당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변 대표에게서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느긋하게도 하지 않을 선진당의 행로를 들어봤다.대담=이의형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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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당이 비상 상황이란 시각이 많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선진당만의 비상상황은 아니다. 정치권 모두의 비상상황이다. 정치란 변화무쌍한 특징을 가진 생물체와 같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선 스스로를 낮추고,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얻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권 모두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권이 변화와 쇄신이란 화두를 던지며 스스로의 입지를 만들어 가려 다투고 있지만, 선진당이 가장 먼저 변화와 쇄신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굳건히 다져진 전국정당의 토대 위에서 외연 확대를 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회창 대표의 사퇴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라면.
“이 대표의 사퇴는 바로 이런 정치권의 화두(변화와 쇄신)를 당신의 통 큰 용단으로 풀어가려는 것이었다. 여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신성인 정신으로 길을 연 이 대표의 뜻에 화합과 단결로 확대해 나가겠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사퇴로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 대표의 사퇴는 최고 지도자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이 대표의 사퇴에 따른 변화와 쇄신의 후속조치들이 국민들의 높은 신뢰와 성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선진당의 큰 어른이신 이회창 대표의 용단에 당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통합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선진당은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변화와 쇄신의 큰 흐름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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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쇄신에 대한 변 대표의 구상은 무엇인가.
“선진당은 지금까지 펼친 노력의 결과로 전국정당의 토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면서, 폭넓게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정한 보수와 따뜻한 보수이다. 공정한 보수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을 펼치고 창의력을 계발해 가려는 것이라면, 따뜻한 보수는 경쟁에서 탈락한 약자들이나 기회 상실자 등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가치를 말한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가 슈퍼-슈퍼마켓(SSM) 중심이라면, 선진당은 재래시장까지 아우르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함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마음으로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폭넓은 정치, 통합과 화합의 가치를 펼쳐 나가려고 한다.”
-충청 대통합론이 나오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 정권의 지역적 수혜자는 영·호남이었다. 충청 대통합론은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 한 번 따져보자. 경상도가 뭉치면 ‘대통합’이라고 하고, 호남이 뭉치면 ‘대단결’이라고 한다. 그런데 충청도가 뭉치는 모습을 보이면 여기저기서 ‘지역주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또 경상도에는 한나라당이라는 커다란 정당 하나만 있고, 호남에도 민주당이라는 정당 하나 밖에 없다. 아쉽게도 충청도는 정당이 몇 개 있다. 이젠 경상도의 한나라당과 호남의 민주당처럼 우리도 하나로 뭉쳐서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싸워야 하지 않겠나. 충청도가 뭉치면 강하다. 세종시도 충청도가 뭉쳐서 해 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충청도의 힘으로 해 낸 것 아닌가. 역으로 말하면 충청도에 선진당이 없었다면 세종시나 과학벨트를 지켜낼 수 있었겠나. 그동안 밤 잠 안자고, 땀 흘리면서 큰 정당들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보람을 느끼고, 이제 충청인도 새희망과 자신감, 용기를 가져도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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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의 방법이라면.
“가장 큰 쇄신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바탕에 깔고 통합, 단합, 화합하는 것이다. 충청도에는 인재들이 많다.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 무소속 이인제 의원을 비롯해 자민련 당시 한솥밥을 먹던 구천서, 정우택, 이양희, 이완구, 김용환 등도 있다. 제가 부드러워서 그런 지, 그분들과는 계속 만나거나 자주 통화를 한다. 이 분들도 왜 경상도에는 한나라당이, 호남에는 민주당이 있는데 충청도는 그렇게 못하느냐는 충고도 많이 한다. 이젠 충청도 인재들이 모두 모여야 할 때가 됐다. 다만 새로 창당하거나 또 (정당) 이름을 바꾸는 것은 안 된다. 충청도 사람들은 창당이나 이름 바꾸는 것에 넌덜머리가 나 있는 상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은 충청도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왕 있는 정당으로 뭉쳐야 하지 않겠나. 16명의 무거운 짐을 한 사람에게 다 옮기기보다 한 사람이 옮기면 되지 않겠나. 당명 바꾼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정신이 바뀌어야 한다. 정신을 새롭게 하고 단합, 화합하는 것이 최고의 쇄신이다.”
-심대평 대표와의 관계 정립은.
“결혼을 하려면 직접 구애하거나 중신아비를 세우는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신랑과 신부의 이상이 맞아야 한다. 한쪽이 무조건 쫓아다니면 다른 한쪽은 도망가기 마련이다. 그 어른(심 대표)에게도 생각할 여유를 드리면, (선진당과) 합할 필요가 있을 때 하지 않겠나. 그분을 존중, 존경하면서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게으르지 않게 하겠다. 지금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분과 교감을 하고 있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도 없지만, 언젠가는 만나야 하지 않겠나.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면 신뢰가 쌓일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통합이든지, 합당이든지, 정책연합이든지 해야 한다.”
- 대표 취임 이후 심 대표와 직접 통화했나.
“서너 차례 했고, 계속 만남을 조율 중이다. 사실 얼마 전에 이인제 의원과도 만났다.”
변 대표는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 이후인 지난 19일 심 대표와 만나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합치자”고 합당을 공식 제안했다.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17일) 당 5역과 이회창 전 대표를 찾아뵙고 여러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는 저 혼자 청구동을 찾아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뵈었다. 건강한 모습이 참 반갑더라. 김 전 총재는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 중에 장관을 한 분은 많았지만, 당 대표를 한 사람은 저 혼자라며 무척 좋아하셨다. 김 총재는 그 동안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았고, 참을 수 없는 것도 참느라 고생 많았다고 하더라. 그리곤 신념을 가지고 충청인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그 다음에 전국정당으로 가라고 조언하셨다. 특히 김 총재가 내 손을 자신의 뺨에 대고 애쓰라고 하는데 가슴이 먹먹하더라. 이회창 대표의 따뜻함과 공정한 원칙, 김종필 전 총재의 넉넉함, 넓은 포용력, 오랜 경력 같은 것을 합쳐서 내가 배운대로 (당을 위해) 한 번 해보겠다.”
-내년 총선은 4월인데, 충청도에 두 개의 정당이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다. 한 동네, 한 학교 선·후배가 (선거에) 같이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정치하면서 느꼈다. 내년 총선에는 충청인이 갈등하지 않고 편안하게 투표할 토대를 마련하도록 최선 다하겠다. 만일 자꾸 삐져나오고 독자 행보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언론에서 책임져 달라.”
-정당의 최대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선진당은 어떤가.
“내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해이다. 2012년의 ‘12’는 참 기분 좋은 숫자이다. 1년도 12달이고, 십이지라고도 하지 않나. 선진당에도 서광이 비출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하는데 선진당 돌풍이 불 것이다. 물론 우리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 인 것 같다. 덩치가 큰 정당들이 뜯어먹을 지역이 어디인가. 충청도에서 몇 석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달려들 것이다. 우리 선진당이 단단히 충청도를 지켜내고, 나아가 외연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우뚝 설 것이다.”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이 확정된 소감은.
“(과학벨트가 대전으로 최종 확정된 날은) 아쉽고 섭섭한 잔칫날이었다. 충청인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자존심이 상하고는 못 산다. 대선 공약이었고, (결과적으로) 어차피 올 것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세종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젠 이 대통령을 믿으려 해도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친한 친구 간에도 점심 약속을 했다가 어기면, 전화로라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난 국회를 빛낸 품격 언어상을 받고, MBC 아나운서 출신인데…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
변 대표는 이 대목에서 할 말을 못해 답답한 듯 ‘어이쿠’라는 말을 반복했다.
-충청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충청인에게 죄송함을 느낀다. 한 덩이리가 못 돼 죄송하고, 잘잘못을 떠나 같은 식구도 몇 명 안 되는데 밥상머리에 앉아 오순도순 지내는 모습을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 선진당은 지금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쇄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충청인에게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은 정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 역시 건방지지 않은 당 대표, 건방지지 않은 정치인으로 낮은 자세에서 충청인을 모시겠다. 이건 진심이다.”
정리=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