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정당의 공천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각 당은 국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깨끗한 공천을 하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나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공천이 확정되기 전에 사실상 공천을 받았노라며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는 출마자도 적지 않다. 선거혁명의 시발점은 공천이다. 여·야가 원칙에 부합하는 공천권을 행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풀뿌리민주주의의 장래가 결정된다.

이번 제5기 지방자치 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광역·기초의회 비례대표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8개 투표를 동시에 치른다. 2297개 선거구에서 4000명에 달하는 지역일꾼을 뽑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다. 경쟁률을 3대 1로 어림잡아도 후보가 1만 2000명이나 된다. 물론 무소속이 있긴 하나 이렇게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일시에 공천 작업을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역구도가 고착화 된 현실에서 공천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깃대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후보자들은 공천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는 물론 돈 공천설이 무성하다. 민선 5기 선거를 치룰 만큼 지방자치의 연륜이 쌓였는데 공천수준은 별반 달라진 게 없나보다.

각종 비리로 기소된 선출직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건 공천과 무관치 않다. 지방자치 1기 때 비리로 기소된 기초단체장은 23명이었으나 2기 때는 59명, 3기 때는 78명, 현재의 4기는 94명이나 된다. 승진을 미끼로 부하 직원들에게 돈을 받거나 정보를 건네주고 업자들로부터 봉투를 챙긴 단체장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공천만 제대로 했던들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각 정당은 공천에 앞서 과거의 공천 폐해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번처럼 한꺼번에 8명을 뽑는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을 자세히 파악하기 힘들다. 정당만 보고 도매금으로 투표할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함량미달인 후보를 공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천은 선거에서 첫 단추를 꿰는 것과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학습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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