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5일부터 사업조정 권한 위임대형 유통업체 “신규 출점 사실상 불가”

'동네 상권'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 상인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에 대한 입점규제를 대전시, 충남도, 충북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관련 고시(수·위탁거래 공정화 및 중소기업 사업영역보호에 관한 운영세칙)를 개정, 5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번 권한 위임으로 각 시·도지사는 지방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지역경제 및 중소기업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된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사업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역실정에 밝은 지자체가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 진출을 원하는 대기업과 해당 지역의 중소 유통업체를 참여시켜 사전 자율조정을 유도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중기청에 설치된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조정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청은 또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중소 유통업단체가 대기업의 시장진출 정보를 사전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사전조사 신청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대기업의 진출계획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중소유통업체의 신청에 의해 중소기업청이 SSM의 진출계획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주는 형식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SSM의 영업시간과 점포면적, 취급품목 제한 등 핵심쟁점 사안에 대한 조정권한을 갖게 됐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연간 60%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의 SSM 점포 수 확대를 지자체가 막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와 롯데슈퍼, 신세계 이마트, GS슈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SSM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규제 요건이 다르고, 지역여론에 밀린 지자체가 대기업의 추가 출점을 크게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가항력으로 따를 수밖에 없지만 지자체가 권한을 갖게 되면 현실적으로 지방에서의 출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SSM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형국으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각 시·도가 SSM의 영업시간·점포면적 등 쟁점사안에 대한 사전조정권이 법적 강제권한이 아닌 '권고'에 불과한데다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과태료 최고 500만 원 △중기청의 이행명령 불이행도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대기업이 쉽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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