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ETRI 홍보실 책임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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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자연의 위대한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에게서 생각지 못한 가르침을 얻곤 한다.

펭귄을 예를 들면 ‘첫번째(First) 펭귄’을 들 수 있다. 무리 지어 사는 남극의 펭귄은 먹잇감을 구하려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배가 고파도 쉽게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주저한다. 섣불리 바다에 들어갔다가 바다에서 서식하는 천적인 바다표범이나 물개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펭귄끼리 치열한 눈치보기를 하며 바다에 뛰어들기를 머뭇거린다.

이때 어느 한 펭귄이 과감하게 바다에 뛰어들면 그 뒤를 이어 무리의 펭귄들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TV광고에서 보던 펭귄의 모습이 떠오른다. 첫 번째 펭귄은 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앞장서서 도전하는 것을 지칭하곤 한다.

현재 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고 디지털 대전환과 국내 경제·사회변화를 둘러싼 국가핵심난제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기술개발에 과감이 도전하는 필자의 연구원에도 ‘첫번째 펭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펭귄에게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지혜가 있다. 남극에서 서식하는 황제펭귄은 종족유지를 위해 잔혹한 생존경쟁이 아니라 협력, 인내와 용기, 공동체적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황제펭귄은 산란기가 되면 천적을 피해 추운 곳을 찾아가는데 눈바람과 극한의 추위는 황제펭귄에게도 참기 힘든 고통이다. 그걸 이겨내고자 수많은 황제펭귄이 서로 몸을 맞대고 거대한 원을 만들며 서로 몸을 밀착해 체온을 나눈다. 이것을 ‘허들링’이라고 한다. 바깥에서 온몸으로 추위를 막아내던 펭귄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허들링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추위를 이겨낸다.

최근 자국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동맹을 맺어야 하는 글로벌 기술패권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기술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이므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홀로 연구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연구자와 협업하는 개방형 연구로 이어지는 글로벌 R&D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펭귄의 생태에서 배우는 교훈 또한 R&D에도 적용이 필요하다.

필자의 연구원도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첫번째 펭귄’이 되고자 디지털 혁신으로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드는 기술선구자로서 노력중이다. 우리나라가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과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6대 중점전략기술(AI반도체·컴퓨팅, 보안기술, AI/소프트웨어, 6G통신, 메타버스, 디지털융합기술)을 선정하고 주어진 임무를 기한 내 달성하는 임무중심 R&D를 추진중이다. 국가 도전과제 해결이라는 임무 달성을 위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또한 펭귄의 허들링 전략과 같이 산·학·연 등과 개방형 R&D를 추진하고 글로벌 R&D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하여 중·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기술주권 국가로서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펭귄의 지혜로부터 배우는 교훈은 결코 간과할게 아니라 소중한 덕목이 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펭귄처럼 퍼스트, 그리고 허들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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