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돈서 前 석송초등학교 교장

박돈서 前 석송초등학교 교장
박돈서 前 석송초등학교 교장

모든 정책이란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 낸 산물이요, 당시에 최고 정책권자가 내린 결단이다.

모든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이상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 장점과 단점 등의 양면성이 있다. 절대선(絶對善)인 정책은 없다. 모두 상대적이다. 정책 결정권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종합적으로, 입체적으로 검토하여 최종 판단을 내려 정책을 선택할 뿐이다. 그래서 시효(時效)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하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게 정책의 운명이다. 특히 하나의 정책이 오래가다 보면 온갖 병폐가 붙는다.

따라서 적기에 정책을 평가하고 검토해서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정책 전환의 시기를 놓치면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해진다. 그러므로 정책결정권자는 시대상황과 정책과의 괴리 여부를 민감하게 살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책 전환을 결단해야만 국가가 융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선거를 통해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다보니 인기에 영합한 정책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참으로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지도자들은 인기 여부에 관계없이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용단(勇斷)해야만 한다. 그게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그런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흥성한다. 그런 나라의 국민은 행복해진다.

선거에 나온 사람들은 공약을 내걸게 된다. 대개는 개혁적인 정책을 주장한다. 그게 표를 얻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혁이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막상 선거에서 승리하여 당선되었어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책 의지를 갖고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자는 한편으로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박수를 받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니고 시간만 보내다가 임기를 마친 지도자는 후세에 ‘직무 유기(職務 遺棄)’라는 냉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 지도자라면 직무 유기를 최고의 수치로 생각해야 한다. 소명의식(召命意識)을 갖고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번 정권에서도 정권 초반부터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이라는 삼대 개혁을 내걸고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에는 당연하게도 기득권의 많은 반발과 저항이 있게 된다. 그래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한 우리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요즘 교육개혁론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 2010년부터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 전면 개편론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가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교원평가제도가 없는 나라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과중한 형태의 교원평가제도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난 13년간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실시해왔다. 그러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병폐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실효성이 없는,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정책이 되었다고 학부모와 교원 등 당사자들과 정책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양식있는 학부모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들에 대해 만족도 조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한다.

2023년부터는 동료교원들의 평가도 유명무실해졌다. 올해에는 말썽 많은 서술형 평가도 폐지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이 계륵(鷄肋)같은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할 수 있는 적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정책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이미 우리나라의 교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과중하게 평가를 받고 있다. 교원근무성적평가와 교원성과급평가가 엄밀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교원들은 연중 많은 시간 동안 의무적인 연수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따라서 이미 시효가 다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여 학교 현장에서의 위화감을 없애고, 교권약화로 점점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교원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교원평가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은 시기(時機)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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