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식권 강매 여전]
대전대 기숙사 식권 공지에 학생들 분노
본보, 대전지역 일반대학 9곳 조사 결과
충남대·우송대·한남대·한밭대도 의무식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 재정난에 도입
대학 “자율 선택 시 식당 폐쇄될 수도”

대전대 온라인 커뮤니티. 기숙사 의무식, '식권 끼워팔기'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적혀 있다. 독자 제공
대전대 온라인 커뮤니티. 기숙사 의무식, '식권 끼워팔기'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대전권 대학 상당수가 기숙사 의무식, 이른바 ‘식권 끼워팔기’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다.

지역 대학생들은 학교가 기숙사를 볼모로 식사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전대학교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는 식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기숙사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학교 공지에 분노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커뮤니티에는 "적자 면하려면 전반적인 식당 환경을 개선하려는 생각을 해야지 강매밖에 생각나는 게 없나", "통학이 어려워 기숙사에 살려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내용으로 한때 도배됐다.

대전대 기숙사 모집 공고에는 ‘식비(권장식) 안내’라고 마치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최소 55식에 대한 29만 3430원을 지불해야 해 사실상 강제라는 것이다.

대학 기숙사 식권 끼워팔기는 비단 대전대만의 상황이 아니다.

본보가 대전지역 일반대 9곳의 2024년 1학기 기숙사 의무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반인 5곳이 이를 시행하고 있었다.

충남대의 경우 학기당 최소 159식을 의무 구매해야 해 그 비용이 59만 3070원에 달했고, 이어 우송대 41만 2000원, 한남대 40만원, 한밭대 37만 2960원 등으로 학생 부담이 컸다.

기숙사 의무식이 만연한 것인데, 이는 충청권 전역으로 살펴도 마찬가지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대전·세종·충남·충북 소재 4년제 대학 45교 중 15교가 기숙사 의무식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기숙사 의무식은 과거 법적으로 문제가 돼 정부가 대학에 시정명령까지 내렸던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년 전인 2014년 경북대학교에 기숙사 입사생에게 일정량의 식권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라고 시정을 주문했다.

공정위는 또 이듬해 인하대와 서강대에도 같은 내용으로 기숙사 의무식 개선 권고를 내렸다.

이후 대학가에서 기숙사 의무식이 사라지는 모습이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대학 재정난으로 다시 도입되는 분위기다

대전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자율 선택식으로는 식당 운영업체에 일정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기숙사 식당이 폐쇄되면 피해는 학생이 입을 수밖에 없다"고 의무식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엄밀히 기숙사 입사만 원할 뿐 식사는 교내 학식, 대학가 식당 등 스스로 선택할 있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대 재학생 정모(21) 씨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식권을 사는 것이지 기숙사 식당은 맛이나 품질 때문에 찾지 않는다"며 "학교가 학생을 위한다는 좋은 말로 식당 운영업체를 위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중곤 기자·함성곤 수습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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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일반대 기숙사 의무식 현황. 그래픽=김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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