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학 대전선관위 행정사무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에게 못마땅한 것을 없애려다 큰 피해를 보는 어리석은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서는 빈대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초가삼간(草家三間)이다. 내가 가진 재산 전부인 초가삼간을 하찮은 빈대 때문에 태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사전투표는 선거인이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서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한민국 헌법은 평등선거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은 연령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일까?

70, 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어쩌면 농경사회였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활동하고 함께 생활했다. 그래서 누구나 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었고, 투표할 수 있는 권리만 주면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너무 바쁜 세상이 됐다.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이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또 전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상이 됐다. 그런 현실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선거일에 투표소에 ‘직접 가서’ 투표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평등의 문제가 나온다.

그동안 우리의 선거제도가 형식적 평등은 보장했을지라도, 실질적 평등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사전투표다. 선거일에 자신의 주소지에서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선거일 전 4일에서 5일까지(올해 총선은 4월 5~6일)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중 어느 곳에서라도 투표할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사전투표를 통해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전투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있는 일부 시민들이 있다. 전산망을 이용해서 선거인명부를 만들어야 하고, 컴퓨터나 투표용지 인쇄용 발급기를 이용해야 하니 거기에서 오는 시대적 괴리감이 있을 것이다. 지금 중앙선관위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개선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 그러한 부분들이 많이 반영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관위를 불신하고,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는 있을 것이다. 그런 목소리가 있다고 국민들이 편리하게 투표하고, 실질적인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입된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정말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려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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