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며칠 전, 매서운 추위를 뚫고 훈훈한 소식을 들었다. 대전시가 공공건축물 혁신을 위해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의 방식으로 이종수 미술관을 기획 디자인하여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한 후 그에 따른 구체적인 설계와 예산을 확보하여 시공 단계까지 별다른 변수없이 진행시키는 완성도 높은 추진방식이다.

이번 대전시의 결정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역예술인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시의 의지에 적잖은 감동을 받은 것이다. 대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원 중에 하나인 지역예술인에 대한 대우와 이로 인한 시민의 지역예술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종수 작가는 전통적인 제작방식을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시대정신을 작품에 담는 예술혼으로 평생을 사신 귀한 도예가이시어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둘째, 기획 단계에서 시 공공건축가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대전시의 공공건축가 49명 중에서 3명을 선발하여 약 2개월 동안 기획디자인을 진행하도록 한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시의 의지로 읽히는 동시에 지역건축가도 기회만 있다면 좋은 건축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많은 공공건축물의 기획단계에 지역건축가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건축에 대한 대전시의 관점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공공시설물을 만드는 행위는 곧 도시의 역사가 되고, 도시의 미래를 위한 공공건축은 곧 도시의 경쟁력이다. 대전만의 랜드마크 문화시설 건립이 필요한 이유이다.’라고 강조했듯이 건축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추진하겠다는 시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의 긴 동면에서 벗어나 활짝 기지개를 펴는 건축의 시대이다. 서울시를 필두로 전국 지자체가 앞다투어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를 초청하여 공공건축물은 물론 민간건축물까지 건축박람회장을 만들 태세인 듯하다. 외국의 거장 건축가들의 독창적인 조형미가 국내 건축계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중국의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와, 중동의 아부다비 같은 신흥 도시들에서 보듯 그냥 건축전시장만 될 수 있는 우려도 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역민의 정서를 이해하는, 지역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지역건축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며, 잃지 말아야 할 것인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항상 심사숙고하는 자세로 지역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전다운 대전의 모습을 지켜가면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는, 이종수 도예가의 작품철학을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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