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욕’은 나쁘지만 꼭 나쁜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갈 욕하다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함께 회사 욕을 하다 결혼까지 한 경우도 봤다. 욕하는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분출하며 푸는 것인데, 그게 ‘욕’이다. 이런 의미에서 ‘막장 드라마’는 진수성찬이다. ‘욕하려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난하는 드립이나 밈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인기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욕을 많이 먹을수록 흥행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욕’이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욕이 실존 인물을 향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 막장 드라마도 그 안의 ‘가상 캐릭터’를 욕하는 것이다. 연기를 펼친 배우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세상 살다 보면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린 ‘욱’하고 ‘욕’한다. 쉽게 화내고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그걸 쉽게 까먹는다. 돌멩이를 맞은 사람이 ‘있는데’ 던진 사람은 ‘잊는다’.

☞때론 그 욕의 대상이 운동선수가 되기도 한다. 응원이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경기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대중은 ‘분풀이 대상’을 찾는다. 그리고 그 대상은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안컵 경기에 대한 반응만 봐도 그렇다. 지난 25일, 한국 대표팀은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경기 결과는 3:3 이었다. 지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피파 랭킹 130위인 약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부진했다는 거다. 한국은 우승 후보가 아닌 ‘웃음 후보’였다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특히 조규성에게 "머리 잘라라"·"예능이나 해라" 등과 같은 경기와 상관없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월드스타’ 손흥민까지 나서야 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을 흔들지 말고 보호해달라. (중략) 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계속 있어왔다. 과거 기성용이 악플러들에게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라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기성용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전 사정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 당시 올림픽 경기가 ‘졸전’으로 끝나자 악플러들은 기성용 미니홈피를 쌍욕으로 도배했다. 그 수위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렇게 과거부터 운동선수들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중은 쉽게 변한다는 것이다. 31일 한국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했다. 조규성의 동점골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자 이젠 "머리 평생 길러라"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 민심이 급변한 것이다. 경기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때론 선수들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도를 지켜야 한다.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일희일비( 一喜一悲) 할 게 아니라 그냥 그 결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 결과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은 그 경기를 뛴 선수들이다. 그래도 정 답답하다면 직접 뛰시길 추천한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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