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국립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06년 8월 29일, 한화 송진우 선수의 200승 경기가 있던 날 S방송사는 이승엽이 출전하는 요미우리 자이언트와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경기를 내보냈다. 당시 국내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등 모든 방송 매체들이 역사적인 경기를 외면한 것을 두고 오늘날까지 아쉬워하는 팬들이 있다. 이처럼 TV 중계권에 대한 수많은 논쟁은 국민의 볼 권리 차원에서의 공익성과 프로스포츠의 가치 확대라는 상업성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TV 중계권에 대한 피해자는 팬들이었기 때문에 해결방안도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앞다퉈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서면서 접근성과 유료화에 대한 논쟁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10년 중계권에 50억달러(약6조7천억원)를 투입하여 장기계약을 했고, 유튜브도 미국의 최고 인기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중계권을 7년에 20억달러(약2조6천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포츠는 대중에겐 거부할 수 없는 인기 콘텐츠이자 매력물임에 틀림없다. 관람스포츠 문화는 콘텐츠의 확장성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과 제작비 부담이 적고 안정적 가입자 확보에 매력이 있다는 차원에서 ‘킬러 콘텐츠’로 불리는 이유이다.

국내에서도 CJ ENM ‘티빙’이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내며 OTT 업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중계권료의 2배(약 400억 예상)를 제시하면서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프로야구 중계권을 통해 경쟁업체보다 시청자를 확보하여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고민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상파들의 전유물이었던 프로스포츠의 중계가 OTT 업체로 중계권이 넘어가면서 시청의 진입장벽이 생기고, 콘텐츠로의 접근에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고정적이었던 프로야구를 즐기는 방식의 변화는 팬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모바일 시장의 확장과 스포츠 경기의 유료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만 접근에도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를 넘어서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관람스포츠의 확장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과 산업의 성장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생긴 것이다.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것, 안정적인 것보다 혼란스러운 일이 많은 우리의 삶에서 프로야구조차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 분명 삶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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