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형 충남도의회 의원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집단을 얼마나 가깝게, 또는 멀게 느끼고 있을까?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 중 ‘집단별 감정적 거리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느끼는 집단별 감정적 거리를 온도(0~100℃)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청년층을 64.6℃로 가장 가깝게 느끼고 있고, 19.3℃로 전과자를 가장 멀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부분은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적 온도가 전년도 조사 결과인 57.9℃에서 51.5℃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반면, 감염병 환자에 대한 감정적 온도는 39.7℃에서 46.9℃로 7.2℃나 따뜻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태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젠더갈등, 세대갈등, 노사갈등 등 나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과의 갈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생채기를 내왔다. 갈등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극으로 치닫는 갈등은 혐오로 이어져 회복하기 힘든 깊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극단적인 사회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음모론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을 너무나 쉽게 악마화하고 귀를 닫는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는 것이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를 분석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골라 제공함에 따라, 이용자가 선별된 정보만을 제공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는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의 편향에 맞추어진 정보에만 노출되게 만들어 자신만의 버블에 갇히기 쉽다.

각자의 버블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관용(toleration), 즉, 똘레랑스(tolerence)다. 똘레랑스는 나와 타자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사상, 행동, 종교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관용도 이성적 판단에 근거함을 의미한다.

‘삶’은 ‘사람’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있듯 삶에서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정치도 사회도 사람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관용에 이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내가 타자가 될 수 없고 타자는 내가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자.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대한다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용의 해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는 관용의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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