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충남대학교 연구처장

국가 간 첨단기술 패권 경쟁 심화, 디지털·그린 전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 놓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자면 지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부각하고 있다. 대학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창의적 기술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우수 인력과 혁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지산학연 협력의 핵심 주체이다.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내부적으로 지산학연 협력 문화를 확산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등 지역 혁신 주체로써 소정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의 경쟁력 제고와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지산학연 협력의 열쇠는 대학이 보다 담대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청년의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감소로 인해 ‘소멸’이라는 난제에 직면한 지역의 경우는 대학이 그 마지막 해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지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통한 난제 해결을 위해 대학 혁신의 몇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진정한 대학 특성화에 대학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몸집을 줄이고 대학이 가진 경쟁력 높은 학문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인문·예술·자연·공학을 아우르는 고성장기에 만들어진 대학 교육체계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지만 강한 대학, 아이비리그와 리틀아이비리그 대학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됨을 애써 외면만 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산업계 맞춤 전문인력 양성 확대이다. 학문단위의 대학체계와 산업단위의 현장체계 간 미스매치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교육부의 무학과제 도입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제안이다. 학생 스스로가 관련 기업 수요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과제로 남겨 놓더라도 현실적인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스스로가 다양한 학사 제도, 환경, 교수법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정주 인력양성 체계의 구축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시작되어 지역 내 산업에 구인난으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어디부터 해결책을 만들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지산학연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 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 및 채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자체, 지역 산업체 및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지자체 연계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추진되는 지역별 RISE체계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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