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석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가는 해 2023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으며 우리나라도 6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감염자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됐다.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글로벌 경제도 대면서비스 위주로 수요가 증가하며 더디지만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배경으로 높이 치솟았던 물가도 주요국 통화 긴축의 효과로 최근에는 기조적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유가 또한 올해 평균 배럴당 78불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평균 94불 대비 하락했다.

물론 국가 간 회복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견조한 소비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반면 독일 등 유럽의 제조업 중심 국가들은 인접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0% 내외의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은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둔화세가 지속됐다. 우리나라 경제는 연초 수출 부진, 미-중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6월부터는 에너지 수입액 감소, 수출개선 등으로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되는 등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충청지역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제품이 대부분(약 70%)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당 품목의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출 경기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글로벌 IT 경기 부진의 여파로 2022년 9월 이후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전년 대비 3분의 1이나 줄었던 수출 감소율이 최근에는 ?5%(2023.11월 기준)로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 경기가 IT 반등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며 올해 1.4%보다 상승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부진이 심했던 반도체가 하반기 들어 고성능 제품 수요 호조, 범용 메모리반도체 단가 상승 등으로 회복되고 있어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충청지역 경기도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전망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른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재 유가는 보합 내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면 원자재가격 반등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 또 우리나라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경제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에 비해 AI, 2차 전지,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면 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상황이지만 그간 팬데믹과 엔데믹의 큰 파동을 견뎌낸 우리 경제라면 어려운 경제 여건도 원만히 극복해 내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아울러 새해에는 우리 충청지역 경제도 부진을 벗어나 완연히 회복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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