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용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관

한 해 가운데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 또는 알맞은 시절을 나타날 때 ‘철’이라는 말을 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철’은 당연히 ‘선거철’이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 초등학생 아들에게 선거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들이 말한 단어는‘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였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들었다고 한다. 교과서를 찾아보니 5학년 사회 과목에서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아들이 수업을 잘 듣고 있다는 뿌듯함도 잠시. ‘선거철’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막걸리와 고무신이라니. 물론 학교에서는 선거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추수철이나 김장철에서 떠오르는 이미자와 사뭇 달라 씁쓸함이 느껴졌다.

현행법을 적용해 보면, 입후보예정자가 막걸리·고무신을 선거구민에게 주는 행위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뿐만 아니라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주체는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자치단체장, 정당의 대표자, 후보자 및 입후보예정자, 그 배우자 등이다.

또 선거에 관해 금품, 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사람에게도 그 물품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최고 3000만원)를 부과하는 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기부행위는 선거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이 아닌, 자금력에 따라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기와 상관없이 제한된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선거문화의 발전으로 기부행위 위반사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부행위 근절을 위해 예방·안내활동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 발생 시 엄중 조치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기부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선관위, 후보자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일이 1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뉴스와 지역의 정치 이슈를 접하다 보면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기부행위 근절에 좋은 시기나 알맞은 시절은 따로 없다. 이번 ‘선거철’에는 기부행위라는 단어를 신문에서 접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래서 미래 유권자인 우리 아이들이 ‘선거철’하면 생각나는 말은‘막걸리나 고무신’대신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이라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말을 떠올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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