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충북본사 부국장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 2호 혁신안으로 중진과 지도부, 친윤(친윤석열계)의 험지출마를 내놓았다. 많은 언론에서 중진의원을 영남권으로 한정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여야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까지의 영향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에 있어 영남권은 텃밭이나 다름이 없다. 오죽하면 선거 때마다 ‘지팡이를 꽂아놓아도 당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국민의힘은 영남지역에 이 혁신안을 현실화해 누구를 내세워도 내년 총선 결과는 그동안 치러진 수많은 선거와 같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계산할 것이다. 2호 혁신안은 국민의힘에 있어 그럴싸한 대외 홍보용 포장이다.

영남권이 주축인 국민의힘이 중진 희생을 요구하면 호남권이 떠받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진에게 같은 요구가 나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당에서 받은 은혜를 갚으라’며 선거구 변경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진이 된 것은 그가 유권자의 많은 선택을 받아서고, 선택의 바탕은 유권자 요구 해결 능력이다. 당에서 중진 위치는 지역 대변자로서 유능하다는 증표인 셈이다. 자발적이지 않은 중진의원의 지역 이탈은 유권자의 실망을 초래해 결국 당에 해가 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의 힘은 당선 횟수가 쌓일수록 커진다. 세대교체나 물갈이를 거부하는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의도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다. 중진의원 물갈이가 ‘내 사람 심기용’으로 변질되면 그 부작용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능력이 검증된 신인이 대신하지 않는 이상 인위적 중진 물갈이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연과 학연, 혈연 등 한 올의 실 같은 인연으로 연결돼 있을 뿐 사실상 외지인인 인물이 갑자기 등장해 바람을 타고 당선한들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될까.

김영환 충북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 중 한명이다. 충북이 고향이지만 반평생을 넘게 외지에서 산 그는 지난해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갑자기 충북지사 선거에 등판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했다. 그는 올해 친일파 자처 발언을 비롯해 산불 중 술자리 참석, 충북학사 황제식사, 오송참사 대처 부실 등으로 전국적으로는 이슈메이커가, 충북입장에서는 트러블메이커가 됐다. 준비가 부족한, ‘어쩌다 지사’가 낳은 폐해의 한 단면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쩌다 국회의원’이 나와 비슷한 불행이 충북에 재현될까 싶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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