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참 많이도 놀았다. 황금연휴가 지나가니 일이 몰려왔다. 행사도 참 많다. 그새 쉬는 게 익숙해졌는지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환절기에 비염까지 도졌다. 숨 쉬듯 재채기를 한다. 눈은 토끼처럼 시뻘겋다. 입술은 튼 지 오래다. 피부는 뾰루지에 점령 당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달력 뒤를 봐도 희망은 없다. 11월은 공휴일이 하루도 없는 ‘척박한 달’이다. 인간은 참 간사한다. 백수일 땐 간절히 일하고 싶고 일을 할 땐 간절히 쉬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에겐 초심 따윈 없었다. 기분까지 바뀐 환절기였다. 

☞가을이 어서 지나가길 바랐다. 공휴일이 하루라도 있는 겨울을 탐냈다. 몸이 힘드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창밖 풍경 대신 만원 버스 안 손잡이만 보느라 가을을 몰랐다. 가을이 아름답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촬영차 코스모스 밭에 갔다. 분홍·노랑·하얀 꽃들이 이리저리 춤을 춰댔다. 그걸 보고 나를 뺀 모두가 웃었다. 혼자 이방인처럼 기웃대는데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재능기부 좀 하세요" 요컨대 사진을 찍어달란 소리였다. 어르신 재치에 그제야 웃음이 났다. 포즈를 취하는 노부부가 그중 가장 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창밖을 봤다. 황금연휴밖에 모르던 내게 황금들녘이 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가을이 아쉬웠다. 깨닫고 나니 보였다. 늘 지나가던 거리의 나무들이 붓을 들고 있었다. 조만간 울긋불긋 단풍이 칠해질 듯했다. 파란 하늘 또한 눈이 부셨다. 점심시간 그 작은 틈에도 가을은 있었다. 나만 보느라 세상을 보지 못했다. 즐기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계절이었다. 이 짧디짧은 가을을 불평불만을 하느라 이미 많이 써버렸다. 생각을 바꾸니 알 수 있었다. 후배들과 장터에 가는 화요일도, 기자들이 체육대회로 뭉쳤던 지난 토요일도 충분히 풍족한 날들이었다. 가을을 타는 결과는 내게 달려 있었다. 내 마음에 따라 맛이 바뀔 수 있었다. 쓸쓸하게만 생각했던 공기가 달달하게 느껴졌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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