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충청투데이 공동캠페인-충남형 학교공간혁신 감성 꿈틀사업] 예산 예덕초등학교
학생회 중심 ‘변화될 공간’ 회의 수시로 진행
전교생 대상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 의견 모아
원형무대·다락방·독서 공간 등 구성 결정 내려
작은 소품 하나까지 공동체 의견 듣고 정해
‘꿈별마당’ 별처럼 꿈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
알록달록 동물 벽 쿠션 키즈카페 연상케 해
원형무대, 학생회 행사·교육공동체 연수 진행
사업 실시후 도서관 이용시간·대출 횟수 늘어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미래 인재 양성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학교도 미래형 교육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충남교육청은 ‘감성꿈틀’이라는 이름의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교공간혁신은 미래교육에 대응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기존에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학교 시설 공사를 교실 또는 영역 단위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학생이 직접 학교공간 설계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적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해 누구에게나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학교공간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충청투데이는 충남형 학교공간혁신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예덕초등학교는 1949년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 개교한 역사 깊은 학교다. 개교 이래 2020년부터 인공지능교육선도학교, 충남초록에너지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활동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고, 2021학년도부터 소통과 협력의 학교문화, 교사의 성장 지원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성화, 학생 발달을 위한 창의공감교육 운영등 ‘즐겁게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행복예덕교육’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이에 그동안 노후가 심했던 교육환경도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감성, 시각을 확장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행복꿈별 배움터를 만들고자 충남형 학교공간혁신 사업인 감성꿈틀에 지원했다.

◆학생자치로 시작한 첫 회의

예덕초는 교육공동체의 요구와 사용자 중심 공간을 만들고자 지난 3월 학생, 교직원, 학부모로 구성된 감성꿈틀 TF를 조직했다. 예덕초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새롭게 바뀔 공간에 대한 회의를 수시로 진행했다. TF는 도서관이라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토대를 다지기 위해 충남 선진지(충남 도서관, 아산도서관, 남양초, 금마초)를 탐방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세로 학교 밖에선 선진지 견학으로 눈을 틔우고, 학교 안에서는 색감과 인테리어 수업을 접목해 시각디자인에 대한 진로교육도 병행했다.

1차시 수업에서는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의 의미를 떠올리고 단순히 학교가 교육공동체 모두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을지 일주일간 의견을 모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교직원과 보호자의 의견을 더해 조율했다. 앉아 책만 읽는 딱딱한 도서관에서 벗어나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려면 ‘공간의 주제’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예덕초는 꿈을 펼치는 ‘원형 무대’, 쉼이 있는 ‘다락방’, 생각이 떠다니는 ‘독서 공간’으로 기능을 나누면서도 벽을 허물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 도서관을 구성하기로 했다.

몇 번의 정규, 수시 아이디어 회의를 거치고 나온 결과를 고학년 학생들이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저학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산출물을 냈다. 수업 중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색 데이터 조합, 컬러디자인, 건축디자인 등과 미래산업과 연관한 수업도 교육공동체와 함께 공유했다. 이에 학생들은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유연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꿈꿨다.

◆번데기가 나비가 돼 비상하듯

시공이 이뤄지는 중간에도 예덕초 감성꿈틀 TF는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디자인 구성단계에서 놓친 부분과 설계와 시공에서의 작은 차이를 잡고자 노력했다. 기존 교실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천장을 개방형으로 트고 루바(나무막대를 평행으로 10cm 간격으로 띄움)로 설치하려는데, 에어컨 및 전기배선등이 걸렸다.

이에 루바의 모양을 기존에 구상한 격자 모양에서 다시 바꿔야 했으며, 종종 일과 중 전기가 차단되기도 했다. 예덕초는 벽 철거 등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할 때는 야외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는 등 학습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다. 특히 학기 중 진행되는 공사인 만큼 학생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설계와 시공의 간극을 한 땀씩 메꿔갔다.

공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선택이 남았다. 다락방 바닥에 깔 쿠션의 색상에서부터 빈백과 작은 소품 하나까지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듣고 토의를 통해 정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3차시에 걸친 수업으로 키운 역량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새롭게 단장한 감성꿈틀 공간의 이름 역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3차례에 걸친 투표와 토의로 최종 결정했다.

◆꿈이 별처럼 쏟아지는 곳, 꿈별마당

감성꿈틀로 탄생한 ‘꿈별마당’은 꿈이 별처럼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노란 미닫이문을 열고 꿈별마당에 들어서면 왼쪽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2층 다락방이 있다. 기린 등 동물을 배치한 벽 쿠션은 마치 알록달록한 키즈카페를 연상케 한다. 또 넉넉한 폭의 계단에선 학생들이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계단이 다락방의 통로이자 대화의 장인 것이다.

실내외 2군데에 마련된 원형 무대는 꿈을 공유하는 말 그대로 ‘무대’다. 이동식 전자칠판을 둬 일상수업과 학생회 행사, 교육공동체 연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실내 원형 무대는 책장을 벽으로 만들어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빈 책장을 통해 안과 밖이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무대의 막을 미닫이형 칠판으로 만들어 칠판을 양옆으로 밀어내면 숨은 와식 공간이 나온다. 제2의 숨은 공간으로 날이 좋을 때는 폴딩도어를 개방해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예덕초 학생들은 일상 회복을 위해 2023학년도 1학기 말에는 학교 야영을 하며 꿈별마당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천장이 막히지 않은 노출형이라 빔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씨네빔과 이동식 스크린을 배치해 학교의 작은 영화관을 꾸몄다. 창문과 문은 최대한 폴딩도어로 설치해 날이 좋을 땐 접어 바람이 통하도록 조성했다. 감성꿈틀 공간을 두고 좌우로 데크를 설치해 좁은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게 했다. 운동장을 바라보는 쪽으로는 바형 책상도 배치하고 예쁜 조명도 달았다. 학생들은 바형 책상에 앉아 책도 읽고 바깥 풍경도 감상하고 있다. 감성꿈틀 사업을 실시한 후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간이 늘었고, 도서 대출 횟수도 빈번해졌다.

◆교육가족, 상생의 꽃을 피우다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꿈별마당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바꾸고 있다. 학생들은 네모난 책상이 아니라 다각형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전자칠판으로 자신의 산출물을 공유하고 있다.

다락방에선 친구와 좋은 추억을 쌓고, 책도 읽고 보드게임도 한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놓고 빈백에 누워 구름 모양을 놓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사용자 참여 설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가 낸 의견이 반영된 공간을 보니 신기하고 주인 의식이 들어요", "학교에 다락방이 있다는 게 제일 좋아요", "방과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집에 가요"라며 새로 꾸민 공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예덕초 교육공동체는 ‘즐겁게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