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숙 대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작가 Pepper Cho

로니는 우리집 둘째다. 첫째 딸이 입양을 고집해 가족이 됐다. 우리집에서 가장 다양한 소비를 촉구하는 맴버이기도 하다. 고등학생이 돼 동생이 필요하다고 고집 피우는 딸아이 덕분에 축복 같은 우리 론(로니 애칭)이 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대 교수가 어쩌다 고양이를 그리게 됐냐 묻는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니 그리게 된 것 같다. 고양이가 요물이라고 했던가. 이 녀석은 내 감정을 관찰하고, 느끼고 보듬는다. 우연히 그리게 된 고양이 로니는 내 인생을 바꿨다. 딱히 취미가 없었고 일과 휴식에 구분이 없던 나의 일상에 ‘쉼’이 찾아왔다. ‘Pepper Cho’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첫 전시는 지난해 대전국제아트페어였다. 딸아이가 봉사활동을 하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티셔츠 굿즈 제작이 도화선이 됐다. 평소 그리던 로니 그림으로 컵, 티셔츠, 열쇠고리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했다. 수익금은 탄자니아 학교밖 청소년을 위해 기부했다. 나눔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의 심정으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는데, 로니를 그리는 데 더욱 큰 보람이 됐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두 번째 전시를 했고, 당시엔 미얀마 청소년을 위해 수익금을 기부했다. 오는 18일까지 대전대 박물관의 후원으로 세 번째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수익금은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기부금을 산학협력단에 재투자 받아 1980년 개교한 우리 대학의 굿즈를 만들고 싶다. 굿즈 판매 수익금은 다시 창업동아리 학생들에게 재투자할 생각이다. 더 나아가 대학 내 창업카페에 대학 굿즈를 상품화해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장학금까지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세계 각국의 도시재생은 역사와 전통,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시민예술촌과 21세기 미술관을 거점으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성공한 일본의 ‘가나자와’, 미술, 연극, 록, 댄스, 패션, 출판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예술과 문화 사업을 지원해 성공한 영국의 버밍엄 등이 있다. 지역사회, 학교, 시민단체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문화산업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해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방문객이 늘고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모이는 공간을 제공해 문화체험의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도시 활력과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냈다. 이번 전시를 진행하며 동구 지역 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로 ‘페퍼월드 프로젝트’를 상상해봤다. 대전 동구는 대청호를 비롯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고령화, 다문화, 저소득 지역이다. 동구의 고령화, 다문화가 단점에서 장점으로 전화위복이 되고 행복한 지역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선 문화예술산업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반려동물천국 PEPPER World(가칭)로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동구만의 도시재생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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