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오엠에이 대표

요즘 어린 세대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해외기업들의 IT B2C 서비스 생태계 잠식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용자들의 카카오톡을 66억 시간 사용 하는동안, 유튜브에서는 175억 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해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스토리의 사용자가 각각 4%, 13%씩 감소하는 동안 인스타그램은 10% 이상 증가한 2016만 명의 사용자를 자랑했다.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외국기업들이 정당한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매년 문제가 제기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장기적인 큰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이 시대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데이터가 유출 된다는 점이 그러하다. 챗GPT가 올 상반기를 강하게 휩쓸었고 엔비디아의 주가랠리를 체험했듯, 우리 한명한명이 생성해내는 각종 데이터는, 전세계의 테크기업들이 새롭고 강력한 서비스 및 제품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자양분이 된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떻게 행동하는 패턴에 맞춘 개인특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로 인해 더욱 쌓이는 수요와 정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뿐더러, 양극화의 계기가 된다. 양극화를 통한 독점구조 형성은 단순히 유튜브에서 광고를 15초 더 봐야 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를 야기한다. 자국 우선주의를 향해가는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사이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나가고 있는 이 정세에, 충분한 내수 없이, 수출을 통한 외환 유입과 재정 운영동력을 얻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상, 국가 지속가능성까지도 논할 수 있는 중대적 시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총칼이 겨누어지던 국가간 국경의 모습은 기업과 상품이라는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외세의 침략을 막았다면, 지금 우리는 ‘자발적’으로 시간과 금전적 자산, 정보를 데이터의 형태로 내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좋지 않은 서비스를 단순히 자국 회사라는 이유에만 소비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지금 소비행태가 데이터, 기업, 국가간의 양극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그로 인한 독점체제 구축과 소비자 권리의 축소 그리고 국가경쟁력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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