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따라 야구 접해
‘대전 레이디스’서 본격 입문
부상 딛고 국가대표로 맹활약
교사·선수활동 병행 힘들었지만
학생들 응원·지지 덕분에 힘내
교권침해 어려움 겪는 교사들
즐겁고 좋아하는 일 찾았으면
6일 월드컵 예선 참가차 출국

 

대전 둔산중학교 선생님이자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우완 투수인 김보미 교사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대전 둔산중학교 선생님이자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우완 투수인 김보미 교사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날개 없는 교권추락에 교사들의 회의감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태극마크를 단 대전지역 선생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야구가 좋아서 야구선수가 된 대전둔산중학교 김보미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12년 차 체육교사 김보미(34·여) 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가게 되며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그는 특히 구기 종목을 좋아했고, 대학 합격소식을 듣자마자 지역 내 팀 스포츠를 알아봤다.

그렇게 인연이 된 ‘대전 레이디스 여자야구단’은 오늘날의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김보미를 있게 했다.

김 씨는 “일단 지역에 사회인여자야구팀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호기심에 공을 던져 봤는데 소질과 재미를 느꼈다”며 입문 계기를 전했다.

야구 경기 중인 투수 김보미 씨의 모습. 본인 제공
야구 경기 중인 투수 김보미 씨의 모습. 본인 제공

2007년 창단한 대전레이디스팀은 여자야구 전국대회 중 가장 권위 있다는 ‘2022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챔프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대전레이디스팀의 초창기 멤버인 김 씨는 팀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며,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었던 것도 팀의 강한 조직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남자야구와 달리 프로리그가 없는 여자야구는 전국 사회인야구팀을 대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김 씨는 2015년에 첫 국가대표로 발탁됐다가 2016년 부상으로 잠시 야구를 쉬었고,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야구 월드컵’ 무대를 밟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4년 연속 국가대표로 맹활약 중인데 대표팀 가운데 교사는 김 씨가 유일하다.

단순히 야구가 좋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교사와 선수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그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체육전공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야구선수는 요즘 말로 부캐”라며 “주말마다 훈련하고 체중조절, 체력 관리하며 본업인 교사생활을 지속 하는 게 한때는 정말 포기해야 되나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런 그에게 희망과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다름 아닌 학생들이었다.

현재 2학년 6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제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대전둔산중학교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야구대표팀 투수 김보미(가운데). 본인제공
대전둔산중학교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야구대표팀 투수 김보미(가운데). 본인제공

김 씨는 “반 학생들이 국가대표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한다”며 “내가 먼저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보여주니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본보기가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2024 캐나다 월드컵’ 예선을 위해 6일 캐나다로 출국한다.

출국 전 교권침해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전국의 동료 교사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김보미 선수는 “저도 교사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어 요즘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는 내용들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엔 야구로 큰 치유를 받은 것 같다. 아이들의 올바른 지도를 위해서라도 교사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현장의 동료 교사 분들께서도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도, 학교도 행복할 수 있다”며 “나 또한 대한민국 교사들을 대표해서라도 꼭 좋은 성적 거둬 자랑스러운 선생님이자 동료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 다졌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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