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녹영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필자는 올해 5~6월 ‘초격차 1000+’ 사업에 선정된 기업에 특별히 제작된 현판을 수여하기 위해 기업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모빌리티, 로봇, 빅데이터·AI 등 10대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딥테크 스타트업을 향후 5년간 1000개 이상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현판을 실무자가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필자는 이 사업에 선정된 기업이 어떤 기업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업을 격려하기 위해 이번에 선정된 17개 기업을 모두 직접 방문했다. 간단한 기업소개, 사업 분야, 그간의 스토리 등을 CEO를 통해서 듣는다. 그런데 나의 예상을 벗어난 기업 수준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A사는 뇌표적 고분자 약물 전달체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보통 뇌질환 관련 약물을 투입하면 뇌의 면역체계 때문에 투입량의 0.1%만이 뇌에 도달하지만, 이 기업의 약물전달기술은 7%까지 도달하게 하여 치료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고 한다. 올초 약1조 2000억원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주요인력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며 모더나 설립자도 참여하고 있고 CEO는 동경대 의학박사 출신의 청년이다.

B사는 암 조직의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실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의료인에게 제공한다. 효과적인 치료법과 치료의 확률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시리즈 C까지의 투자를 받았고 CEO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청년이며 직원 중 16명이 병원을 그만두고 나온 의사 출신이다. 이들이 병원으로 안 돌아가게 하려면 그에 걸맞는 급여를 줘야 하는데 월급날이 다가오면 걱정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C사는 이차전지 셀을 제조하는 회사로 세계 최초의 플랙시블 배터리를 생산하고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배터리로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CEO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의 청년으로 지도교수, 일론 머스크, 마윈의 영향을 받아 창업을 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CEO의 미국이름도 일론 킴이며 한국의 일론 머스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초격차 1000+에 선정된 우리 지역 17개 기업은 모두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도가 유망하며 우리지역에 이렇게 훌륭한 기업이 많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해 초격차 1000+에 선정된 전국 150개 기업 중 대전·세종지역에서 17개(11.3%)가 선정됐다. 우리 지역 기업수의 전국 비중이 3.1% 수준임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 지역에 우수한 창업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가 이들 기업을 방문하며 살펴본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카이스트, 정부출연연 연구성과가 활발히 사업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카이스트의 경우 석박사 학위과정의 연구성과가 사업화 가능성이 있을 때 취업보다는 과감히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둘째,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 등 기술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특히 바이오의 경우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대학, 관련 민간연구소가 집적돼 있어 이들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이들 기관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인력에 기인한다. 타 지역에서 창업할 수도 있었으나 이곳 우수한 연구인력 활용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와 공조한 창업인프라의 확충이다. 최근 개관한 팁스타운, 궁동 일대의 창업열린공간, 대학·출연연의 산학협력 보육센터가 그 산실이 되고 있으며, 투자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우리 지역이 우수한 기술창업의 요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스케일업(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우리 지역을 떠나 수도권 등 타지에 둥지를 튼다. 그 이유는 이들을 수용할 산업용지의 절대적 부족이다. 지역이 뿌린 씨앗의 결실을 지역이 수확하기 위해서는 산업용지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전 국가산단 160만평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리고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대구시의 사례처럼 필요시 인접 시·군과의 통합도 추진되어야 한다. 인력확보의 문제도 있다. 특히 우수기술인력의 확보는 더욱 어렵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공통적 문제점이지만 이를 완화 시킬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정주 여건을 향상시키고 좋은 기업을 많이 유치하는 한편 지역의 좋은 기업을 알리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의 기업 친화적 정책의 추진이다. 이런 요건들이 잘 갖추어져서 이번에 선정된 초격차 1000+기업이 성장해서도 우리지역에 둥지를 트는 스케일업의 성지로 변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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