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 미술비평가 칼럼
양승원 작품 세계에 주목

양승원의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바로 그 ‘시각적 완결성’이었다.두꺼운 선과 얇은 선, 원과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기하학적 형상과 흰색과 분홍색, 보라색, 녹색 등 강렬한 원색이 다채로운 결합된 추상회화다.

수많은 요소가 결합돼 있지만 정밀하게 직조된 화면의 구성을 통해 캔버스 속에 하나의 완결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동시대에 많이 보이는 형식 추상 작업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화면 속 연필선이 주는 자유분방한 간섭 등은 젊은 작가만의 경쾌한 감성으로 다가왔다.

양승원 작업을 작업실에서 처음 접하면서 작업에 대한 집요함과 시각적 완결성이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시각적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 먼저 시지각에 대한 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지각은 간단히 이야기해 시각과 지각을 합한 단어다.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한다고 주장하는데 결국 이러한 주관적인 인식을 통한 바라봄을 통해 예술작품의 완결성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돌프 아른하임은 ‘미술과 시지각(1954)’에서 균형, 형태, 성장, 공간, 빛, 색, 운동, 긴장, 표현 등의 항목으로 나눠 미술작품을 분석한다. 그리고 왜 우리가 미술 속에서 시각적 완결성을 찾는지를 살펴본다.

양승원은 시지각의 측면에서 형식적인 문제에 천착한다.

색과 형태, 균형과 비례, 조화과 긴장 등을 통해 캔버스를 바라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접하도록 한다.

작가에게 형식적인 문제는 단순히 화면 속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작업실은 깔끔히 정돈돼 있었고 단정했다.

이를 보면서 작가의 형식에 대한 관심이 일종의 삶 속의 태도와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작업 방식 또한 작가의 태도를 일관성 있게 드러낸다.

캔버스는 얼핏 보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깔끔함 때문에 라인 테이프 등의 매체로 구성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작가가 물감과 붓으로 그려낸 것이다.

한 치의 삐침도 없는 깔끔한 선과 면들은 구성의 완결뿐만 아니라 화면에 또다른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오롯이 화면을 통해 관람객에게 직관적인 흥미로움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형식에 대한 태도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쳐 신체성이 가미된다.

이른바 물아일체처럼, 이러한 과정은 작가와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 된다. 양승원은 형식을 통한 시각적 완결성을 넘어서 3차원 공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유동적 공간(Moving Space)’을 끌어들인다.

단순히 캔버스의 작업뿐만 아니라 전시공간으로 확장한 작가의 작업은 이른바 전시의 3요소인 ‘공간’, ‘회화’, ‘관람자’를 모두 작업의 주체로 놓는다. 전시장의 벽에 단순히 사각형의 평면 작업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와 비정형의 캔버스가 전시장 곳곳을 채운다.

오브제 위에 평면 작업이 설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지각을 통한 시각적 완결성은 더욱 자의적이고 자유롭게 관람자의 몫으로 넘어간다. 양승원 작업은 형식에 대한 관심, 시각적 완결성을 찾고 싶은 욕망을 통해 자신과 주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그 관심은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된다.

조화와 긴장이 만들어낸 완결성과 그 확장된 세계가 어디로 옮겨갈지 양승원의 작업을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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